항일무장 항쟁의 선봉대, 완주군 비봉면 ‘타이거 헌터’ 아십니까?

제 104회 3.1절을 앞두고 구한말 의병항쟁에 투신한 완주군 비봉면의 ‘타이거 헌터’ 부대의 활약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완주군 비봉면에는 일명 호랑이 사냥꾼인 ‘타이거 헌터’로 불리는 산포수의 전통을 잇는 사람들이 있다. 천호산 자락의 천주교 교우촌인 천호마을에 거주하는 산포수의 후손들은 소문난 명사수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비봉면 산포수들은 1907년부터 1909년에 비봉면과 화산면 일대에 의병들이 봉기한 무장투쟁에 가세, 일본 헌병대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는 등 ‘타이거 헌터’ 부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황성근 익산독립운동기념사업회 상임대표는 “타이거 헌터 부대는 호랑이와 맹수를 잡기 위해 전국에서 활동하던 산포수들이 모여 결성한 독립투쟁 조직”이라며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 비봉면과 화산면에서 신출귀몰하며 기관총으로 무장한 막강한 전력의 일본군에 타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당시 전북권의 의병들은 산포수 부대가 80%로, 타이거 헌터는 전투가 있을 때마다 높은 명중률과 뛰어난 작전술로 승리를 장식했다”며 “여러 전투에서 일본 헌병대를 깊은 산 협곡 깊숙이 불러들여 사방을 포위해 궤멸시켰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저서 ‘류장렬의 새끼구렁 전투와 익산의병사(문학공원)’를 내고 일본군도 벌벌 떨었던 비봉면 산포수들의 맹활약을 소개했다.


당시 의병들은 비봉면 백도리 능바위 아래 불당골(佛堂洞)에서 무기제작소를 설치하여 화승총을 개조한 무기들을 제작하고 엽전을 만들어 군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는 설명이다.
 
1907년 완주의 류장렬, 유치복, 유지명, 박이환 부대는 연합수비대장인 시오미마 사스케의 헌병부대를 천호산 자락의 가경재 골짜기로 유인해 심한 타격을 가하는 전과를 올렸는데, 이들이 바로 백발백중의 명중술을 자랑하는 산포수 부대였다.

타이거 헌터와 함께 비봉면 일대에서 화승총과 양총 등 병기와 탄환을 수리하고 군자금을 모아 조달했던 고흥 유씨 가문의 ‘일문구의사(一門九義士)’ 의병 활동도 관심을 끈다.

한 문중에서 아홉 명의 의사를 배출한 비봉면은 의병활동의 배후가 되었는데, 천호산 일대의 전투에서 산포수를 포함한 많은 농민이 가세해 전과를 올리는 등 일제 강점기 의병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유희빈 전 전북도의원(76)은 “의병 부대를 이끌었던 류장렬 부대장이 수년간 비봉면에 거주했으며 어린 시절 문중에서 보관하던 화승총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봉면 산포수들의 기원을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온 천주교인들로 보고 있다.

서양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이들이 터를 잡은 천호마을 일대는 호랑이와 늑대, 표범 같은 맹수들이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이 비일비재해 생존을 위한 사냥술로 총포술을 익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천호마을의 장지권 씨(70)는 “6.25 전쟁 때 집안 천장에 보관하고 있던 38식 장총 다섯 정을 공산군에게 압수당했다”며 “일제 강점기 의병이었던 천호마을 산포수들이 일본군으로부터 노획했던 총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천호마을 포수들은 노루와 고라니의 다리 한쪽을 맞히는 독특한 사냥술로, 타이거헌터 후손의 명사수로 이름을 떨쳐왔다”며 “지금도 장지성(85), 장효웅(81), 김영식 씨(66) 등 여러 분이 산포수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금도 가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멧돼지와 고라니 등 유해조수를 퇴치하기 위해 사냥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완주=김명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