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으며 ‘전주시 드론축구 월드컵’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구경 온 관광객은 없고, 세금으로 ‘모셔온’ 선수단만의 잔치로 끝났다. 수백억의 혈세가 들어간 행사가 시민에게는 허상으로, 일부 세력에게는 이권의 통로로 전락한 것이다. 예견된 실패였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 실패가 아니다. 전주시와 대한드론축구협회, 캠틱종합기술원, 사업자로 이어지는 공고한 특권 카르텔이 시민의 세금을 사유화한 구조적 예산 농단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드론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치러진 ‘그들만의 리그’는 행정의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전주시는 드론축구 사업에만 120억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특히 캠틱은 본래 농업용 드론 개발을 하던 기관임에도 전주시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드론축구 사업을 사실상 독점해 왔다. 시가 소유한 ‘첨단벤처산업단지’의 운영을 20여 년간 위탁받으며 76억이 넘는 예산을 받아 갔고 이후 공개입찰로 전환되고도 세 차례 연속 선정됐다.
더구나 막대한 지원이 일자리 창출이나 산업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도 없다. 협회를 중심으로 한 드론 산업 생태계는커녕, 성장한 곳은 캠틱 한 군데뿐이다. 내부적으로는 오히려 부당노동행위 진정이 접수되는 등 조직의 도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 세금이 특정 민간 법인의 독점 이익과 비자금, 해외 골프접대 의혹으로 사용됐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200억이 투입된 신설 경기장은 지금 텅 비어 있다. 활용도는 낮고 행사 후 방치된 시설은 관리비만 축낸다. 이는 행사를 주관한 협회가 경기장 수요와 활용 방안을 애초부터 고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산업통상부 인가 단체라는 이유로 산업 육성 예산은 받아 갔지만 정작 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기 위한 문체부 인가나 대한체육회 가맹 노력은 전무했다. 산업도, 스포츠도 아닌 ‘유령 사업’만 남은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불거진 뒤의 전주시 대응이다. 협회 사무국장이 해임되는 선에서 ‘꼬리 자르기’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협회장이자 캠틱 원장은 국제드론축구연맹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당시 사업을 맡았던 공무원은 외려 승진했다. 시의회가 회계감사를 요구했지만 캠틱은 이를 거절했고 전주시는 “감사 권한이 없다”며 수수방관했다.
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특권과 반칙이 청년의 기회를 박탈한 중대 범죄”라고 규탄한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 이번 사태는 한 지자체의 부실 행정이 아니라 공공자금이 소수 이권 집단의 배를 불린 구조적 부패의 문제다. 전주시의회는 120억의 예산과 200억 원 경기장 사업 전반에 대해 즉각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은 시민의 삶을 위해 쓰여야 한다. ‘드론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예산 카르텔이 더 이상 용납된다면, 그 대가는 고스란히 시민이 치르게 된다. 전주시는 지금이라도 책임자를 문책하고, 투명한 행정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혈세로 벌인 ‘그들만의 축제’가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