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벌초를 보며 [26-10-13 16:55]
추석이 지나고 가을빛이 깊어 가던 어느 날이었다. 선산의 종중 묘역을 지나는데 멀찍이 떨어진 산기슭에서 예초기를 조립하는 젊은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 곁에는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앉아 있…

내장호 주차장 파크골프장 조성에 대하여 [26-10-12 16:11]
최근 내장산 국립공원 인근 부지에 대규모 체육시설을 조성하려는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이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존중받아야 할 원칙이지만, 그것이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 검…

사실은 없고 낙인만 있다 [26-10-06 14:47]
중수청장 인선을 두고 여권이 시끄럽다. 이상하다. 싸움을 거는 쪽이 야당이 아니다.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검찰개혁의 간판들이 개혁의 첫 단추를 제 손으로 뜯고…

너무 작아서 몰랐던 것 [26-09-28 13:29]
책장을 넘기다 베인 것인지, 다른 무엇에 스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왼손 엄지손가락 안쪽에 실금 같은 상처가 생겼다. 손톱만 한 크기였다. 그런데도 손을 씻을 때마다, 소매 끝에 스칠 때마다 온몸이 …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이야기 [26-09-16 13:34]
어린왕자를 다시 읽었다. 이번이 세 번째다. 책장은 이제 낡아서 모서리가 둥글게 닳았다. 밑줄 그은 자리도 그때마다 달라져 있다.어릴 땐 그냥 동화였다. 별에 사는 꼬마, 장미 한 송이, 이상한 어른들. …

청렴 우리의 일상이 되다 [26-09-10 14:59]
한 해를 돌아보면, 청렴이라는 가치를 조직 안에 어떻게 뿌리내릴 것인가는 늘 무거운 고민이었습니다. 규정을 강조하고 교육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구성원의 마음까지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

약자의 신, 침묵의 다른 이름 [26-09-09 16:16]
— 엔도 슈사쿠, 『침묵』을 읽고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다시 읽는다. 이 소설을 실천윤리의 우화로 읽는 것은 흔한 독법이지만, 정확한 독법은 아니다. 로드리고 신부가 후미에 앞에서 겪는 것은 원칙과…

감정을 전시하지 않는 사람 -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으며 [26-09-08 16:58]
단체 채팅방에 부고가 올라왔다. 무슨 말을 남겨야 할지 몰랐다. 몇 줄을 썼다 지웠다. 슬프다는 말이 자꾸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결국 짧은 문장 하나를 남기고 화면을 껐다. 누군가 이 반응을 본다면 냉정…

꼬리 짧은 고추잠자리 [26-09-08 16:51]
아파트 베란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고추잠자리들이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전깃줄에는 제비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때로는 무리를 지어 하늘로 솟구쳤다가 다시 내려앉는다. 머지않아 먼 남…

‘떴다방’ 막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돌아봐야 할 것들 [26-09-08 16:48]
어르신들에게는 그저 모처럼의 재미있는 외출이다. 흥겨운 노래에 맞춰 손뼉 치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화장지 몇 묶음, 라면 몇 봉지 같은 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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