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 유지관리자 선임 '행정구역 사각지대'. 제도 악용 우려 커진다
    • 지자체별 관리로 중복 선임 확인 어려워. 덤핑 경쟁·업계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어


    • (2)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자 선임 제도가 행정구역별로 운영되면서 기술자 중복 선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자 1인당 관리 건축물을 최대 5곳으로 제한한 제도의 취지가 행정구역을 넘는 순간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정보통신 유지관리자를 선임할 때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신고를 접수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자체 간 선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거나 통합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다른 지역에서 이미 선임된 기술자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할 경우 한 기술자가 전주시에서 이미 5개 건축물의 유지관리자로 선임된 뒤 익산시나 완주군 등 다른 지자체에서 다시 5개 건축물의 유지관리자로 선임되는 것도 사실상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도상 기술자 1인당 관리 건축물은 5곳으로 제한돼 있지만 행정구역이 달라질 경우 이를 검증할 장치가 미흡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복 선임이 실제 유지관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통신 유지관리는 CCTV와 방송설비, 네트워크, 출입통제시스템 등 각종 정보통신설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장애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해야 하는 업무다. 한 명의 기술자가 여러 지역을 오가며 과도한 수의 건축물을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작용은 시장 질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업체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과도하게 관리 물량을 확보하면서 유지관리 비용을 낮추는 이른바 '덤핑 수주'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유지관리를 수행하는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 관리 물량이 줄어들고, 결국 경영난과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국 단위의 통합 선임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기술자 선임 현황을 전국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5곳을 초과해 선임되는 사례는 자동으로 차단하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 유지관리 제도가 국민의 정보보안과 통신 안전을 책임지는 제도인 만큼 행정구역별 칸막이 행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관계부처는 중복 선임 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전국 통합관리체계 구축과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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