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생명 산업의 미래를 가를 열쇠는 사람, 그것도 현장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지역에 뿌리내리는 숙련 인력의 확보가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전북연구원이 제안한 ‘전북형 농생명 숙련인력 패스웨이’ 구상은 농업·농촌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의미 있는 제안이다.
이 모델은 농업계고 유학생(D-4-3)에서 출발해 전문대(D-2), 취업(E-7-M), 정주(F-2)로 이어지는 4단계 경로를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외국인력 정책이 계절근로(E-8)나 비전문취업(E-9) 중심의 단기·단순노동 공급에 머물렀다면, 이번 제안은 교육-취업-정주를 연계한 ‘장기 숙련 인력 육성’으로의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지닌다.
지금 전북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스마트팜 혁신밸리, 농기계 산업단지 등 농생명 인프라를 폭넓게 구축해 왔다. 그러나 정작 이를 운영할 스마트팜 관리, 식품공정, 설비 운용 등의 중간기술 인력이 부족해 산업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인프라는 갖췄지만 이를 ‘돌릴 사람’이 부족한 상황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 정책 역시 지역 산업과의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가 학생 수 감소를 막기 위해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지만 졸업 이후 이들이 어떤 산업으로 진입하고 어떤 경로로 정주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미흡하다.
그 결과 지역이 투자한 교육과 지원은 타지역 이동이나 귀국으로 이어지는 ‘누수’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학생을 지역 산업을 이끌 미래 인력으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전북형 패스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입학 전 한국어와 농업 기초를 교육하고 농업계고와 전문대에서 체계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게 하며 졸업과 동시에 지역 기업에 취업하도록 연계하는 구조는 인력 양성과 산업 수요를 정교하게 맞물리게 한다. 나아가 일정 기간 근속 후 정주 비자로 전환하는 단계까지 설계함으로써 ‘머무는 인력’을 만들어내겠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모델이 정착된다면 기대 효과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농생명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완화하고, 전북이 구축해 온 산업 인프라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인구감소지역에 새로운 정주 인구를 유입시켜 지역 공동체 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교육기관과 기업, 지자체 간 긴밀한 협력 체계 구축은 물론, 비자 요건 완화와 정주 지원 정책 등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정책을 개별 사업이 아닌 ‘통합 패스웨이’로 인식하고, 농업 인력정책·외국인 정책·인구정책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접근이다.
전북이 선제적으로 이 모델을 정부에 제안한다면 이는 단순한 지역 정책을 넘어 국가 농정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 농촌 소멸과 인력난이라는 이중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제는 사람을 키우고 머물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북형 농생명 숙련 인력 패스웨이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