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은 국민들에게 많은 상징적 의미를 던져 주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빠른 시점에 이뤄진 기자회견이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국정운영의 방향성과 비전을 국민 앞에서 소상히 밝힌 자리였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불과 30일, 그간 대한민국은 혼란의 아수라판에서 서서히 벗어나 다시금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대통령의 ‘자신감’과 ‘책임감’이다. 국민들은 7개월 전인 2024년 12·3 비상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민주주의가 타격을 입고 민생은 위기를 맞았던 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즉시 비상경제대응TF를 설치하고 30조5천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로 민생경제의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급등에 대해서도 시작에 불과한 ‘맛보기’라며 단호한 대출 규제를 전격 단행했고, 추가적인 대책을 예고하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치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들이 도드라졌다. 여야가 상법 개정안을 전격 합의 처리하며 정치 협치의 물꼬를 튼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외교 분야에서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국제무대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금 알렸고, 대북 확성기 방송의 선제적 중단을 통해 남북 간 첨예한 대치 국면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용적 접근은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한 절제된 메시지 속에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검찰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대해 “동일한 주체가 둘 다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석 전까지 제도적 얼개를 마련할 것”이라는 발언은 검찰개혁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단지 정치적 개혁을 넘어,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관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물론,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아직 모두를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점도 있다. 일부 인사에 대한 논란은 그 대표적 사례다. 김민석 국무총리의 재산 문제 해명이 국민적 눈높이에 다소 미치지 못했고, 민정수석과 법무부 차관, 일부 검사장 인사에서 ‘기존 친윤 세력’이 포함되며 개혁의 일관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송미령 농림부 장관 유임 결정 역시 농민단체와 진보 진영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시멘트, 자갈, 모래, 물 등이 어우러져야 단단한 콘크리트가 된다”는 비유를 들며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통합하려는 의도를 설명했다. 이는 개혁과 통합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실용적 리더십’의 표현이자,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민주권 정부’의 철학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국정운영에 녹아들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역균형발전 역시 이번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메시지로 다뤄졌다. 소멸위기 지역에 대해 예산 배정 시 가중치를 두는 방식은 그동안 수도권 집중에 따른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려는 의지의 발현이다. 이는 단순한 재정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지속가능성을 고민한 정책 방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에서 ‘민생경제가 우선’이라는 답변은 시각에 따라 아쉬운 대목이다. 차별금지법은 단순히 인권 담론이 아니라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법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와 개혁이 우선이지만, 인권과 정의라는 가치는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되며 병행 불가능한 과제도 아니다.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선 “매우 쉽지 않은 건 분명하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관세 협상의 어려움이나 유연한 대일 외교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구한 것이다.
이제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회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실용과 개혁,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 달이 무너졌던 국가 질서를 회복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성과의 시간’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첫 회견은 연단 없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동일한 눈높이에서 앉은 채로 이뤄졌다. 탈권위적이고 투명한 국정 소통은 내용·형식 모두 의미 있는 시도였다. 지나온 한 달이 국정 정상화의 물꼬였듯이, 이날 회견이 이재명 정부 대국민·대언론 소통 일상화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정치는 신뢰로 시작해서 성과로 완성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그 시작이었고, 국민들은 이제 그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보여준 자신감, 소통의 자세, 그리고 실용주의적 리더십이 향후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어갈지, 국민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며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