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문턱까지 끌고갔던 정권의 안보 조작질(1)
    • 김종대 / 국방전문가·전 국회의원

    • 2023년 11월부터 2024년 가을까지, 우리 군의 대북 활동들을 차례로 되짚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2023년 11월 합참 수뇌부 책상 위에 조용히 놓였던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 2024년 1월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서북해역 공해상을 향한 수백 발의 포 사격. 실탄 장착 상태로 북한 GP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아파치 헬기, 그리고 10월 평양 상공에 출현한 우리 군의 드론. 모두 각각의 독립된 군사 활동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하나의 궤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군은 무엇을 보고 있었고, 누구를 향해 무기를 준비했으며, 결국 무엇을 막으려 했던 것인가.

      2024년 10월 3일부터 1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백령도에서 이륙한 드론이 평양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살포했다. 외무성 청사, 지하철 승리역, 국방성 청사까지 평양의 심장부를 훑는 노선이었다. 무인기에는 김정은을 풍자한 캐리커처, 북한 지도부의 사치생활을 폭로한 사진, K-POP이 담긴 USB가 실려 있었다. 군 내부에서는 성공률이 20%밖에 안 되는 고위험 작전이라 했고, 실제로도 북한은 즉각 ‘도발 원점 타격’을 경고하며 전시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이후 평양 시내에서 추락한 드론의 잔해를 공개하며 “남측 군용 드론과 동일 기종”이라고 주장했다. 무인기가 다녀간 직후, 드론작전사령부에는 대통령실 차원의 ‘격려금’이 전달됐다. 드론작전사 관계자의 제보에 의하면 북한의 성명에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손뼉치며 좋아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합참 법무실에는 국군 심리전단 간부가 법률 자문을 요청해 왔다. “달러나 USB를 풍선에 넣어 보내도 되느냐”는 자문 요청에 합참 법무관은 난감한 표정을 짓자 심리전단 요원은 “군에서 안 보내는 척하고 보내야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전략인가, 농담인가. 어쨌든 이 작전은 북한을 향했다기보다 국내 여론을 향해 날아간 ‘심리전 시연’처럼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심리전단은 북한에 보낼 전단을 대규모로 준비했고, 또 어느 순간에 군이 제작한 것으로 보여지는 전단이 드론으로 평양 시내에 뿌려졌다. 같은 시기에 전방의 대북 확성기는 한껏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

      이 무렵 서해에서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이 반복됐다. 1월, 2월, 6월, 9월. 정례화된 포 사격은 매번 수백 발 단위로 이뤄졌다. 훈련에 동원된 장비는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한국이 수출을 노리는 대표적 방산 제품이다. 그런데 이 포들은 단 한 번도 북한을 향해 쏘지 않았다. 모두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사격됐다. 2월 훈련에는 국제 참관단도 참석했다. 군사 대응이자 동시에 방산 시연회였던 셈이다. 정치-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수역인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2024년에 갑자기 사격 훈련이 쏟아진 데는 2018년 남북이 체결한 군사합의서가 무력화되는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1월에는 북한이 해안포 사격을 하여 이에 대응한 사격이라 하더라도 6월과 9월의 사격은 거추장스러운 군사합의서가 사라진 공백에서 한껏 행동의 자유를 누리며 무력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실려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북한은 이 사격에 대해 별다른 대응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작년 9월에서 10월로 이어지는 인위적인 긴장 조성 시점에 한국 군부는 계엄의 여건 조성을 넘어 결정적 작전도 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올해 국회 국정조사특위 증인 출석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초에서 중순 전후로 기억한다”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안포 사격훈련에서 드론 투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이미 그 1년 전부터 준비되었다는 정황도 있다.

      2023년 11월 15일, 합참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서북도서 도발 시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민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 4군단 전체 지휘소와 통신시설, 병영지역을 동시에 타격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4일, 타격 대상은 적 2, 5, 1군단까지 확장됐다. 내부에서는 “이 문건이 실제로 발동되면 전면전”이라며 실행 불가 방침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증언한다. 법무실은 이 작전의 발동 조건을 제한하기 위해 ‘결심조건표’를 작성했고, 합참은 결국 2024년 4월부터 해당 계획에 기반한 실전 훈련을 시작했다. 이 문건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2024년의 해상 사격훈련을 이어서 보면 단순히 북한의 도발 대응이라기보다,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에 대한 전면 타격 훈련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미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는 책상 위에 올라 있었고, 지휘 체계는 “미국이 눈치채기 전 잽싸게 시행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이 아니라 권력이 먼저 뛰기 시작한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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