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에서 10월로 이어지는 인위적인 긴장 조성 시점에 한국 군부는 계엄의 여건 조성을 넘어 결정적 작전도 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올해 국회 국정조사특위 증인 출석에서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난해 10월 초에서 중순 전후로 기억한다”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합참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해안포 사격훈련에서 드론 투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이미 그 1년 전부터 준비되었다는 정황도 있다.
2023년 11월 15일, 합참은 대통령실의 지시로 ‘서북도서 도발 시 적 4군단 합동타격계획’ 문건을 작성했다. 민간 피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 4군단 전체 지휘소와 통신시설, 병영지역을 동시에 타격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2024년 1월 4일, 타격 대상은 적 2, 5, 1군단까지 확장됐다. 내부에서는 “이 문건이 실제로 발동되면 전면전”이라며 실행 불가 방침을 전제로 만들었다고 증언한다. 법무실은 이 작전의 발동 조건을 제한하기 위해 ‘결심조건표’를 작성했고, 합참은 결국 2024년 4월부터 해당 계획에 기반한 실전 훈련을 시작했다. 이 문건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2024년의 해상 사격훈련을 이어서 보면 단순히 북한의 도발 대응이라기보다,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에 대한 전면 타격 훈련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든다. 이미 북한 전역에 대한 공격 시나리오는 책상 위에 올라 있었고, 지휘 체계는 “미국이 눈치채기 전 잽싸게 시행한다”는 기조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이 아니라 권력이 먼저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위험했던 장면은 아파치 헬기의 실탄 무장 비행이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NLL)에 근접한 비행을 한 조종사는 “북한 어선이 보일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헬기는 평시와 다른 항로를 실탄을 장착한 채 임무를 수행했다. 군 당국은 이를 ‘정상적 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종사들은 “도발을 유도하려는 위협비행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 비행을 ‘전면 도발’로 간주했고, 서해함대의 방공 태세를 격상시켰다.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만약 북한이 대응 사격을 했다면? 군은 이미 준비된 타격계획에 따라 전면전을 개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2024년 초에도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내던 신원식 국방장관은 “김정은은 절대 전면전을 하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며, 전쟁 걱정 없이 북한을 마음껏 자극하도록 국군을 고취시켰다. 즉·강·끝이라는 구호로 북한에 결정적 작전을 수행할 태세를 갖추면, 북한이 대응하면 끝까지 응징하고,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이 혼란에 빠져 정권이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나름 전략적 계산도 있었다.
2023년 11월부터 작성된 북한 전방군단 전면 타격계획 문건은 이미 훈련으로 전환되었고, 2024년 11월에는 김용현 전 장관이 직접 합참 전투통제실을 찾아와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이 머뭇거렸나 보다. 이에 격분한 김용현은 함참의장에게 “개념없는 놈”이라고 질타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김용현의 결전 의지는 계엄 선포로 직결되었다. 12월 초에 김용현은 다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비화폰으로 “오물풍선을 원점타격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작전 대기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한다. 한편 GOP 전방부대에서는 K-30 비호에 예광탄을 장전하고 오물풍선이 날아오면 하늘을 향한 경고사격 준비까지 마쳤다. 말이 경고사격이지, 이 또한 북한의 반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도발을 기다렸고, 신호탄 하나만 터지면 모든 것이 의도대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군 내부에서도 “절대 실행돼선 안 되는 계획이었다”는 인식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문건은 작성되었고, 훈련은 실행됐으며, 타이밍은 정치일정과 정확히 맞물렸다. 2024년 가을, 우리는 북한과의 전면전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그 전쟁은 김정은이 아니라 김용현이 기획했고, 무기는 국방부가 아니라 대통령실이 꺼냈다. 평양에 날아간 드론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대북 심리전이었고, 백령도에서 쏜 포탄은 방위가 아니라 방산 쇼케이스였다. 아파치의 위협비행은 작전이 아니라 연출이었고, 합참의 책상 위 문건은 전쟁이 아니라 정권의 시나리오였다.
이런 일련의 작전에서 드론작전사령부의 허접한 드론이 평양에 추락되도록 하여 비행제원과 비행기록이 통째로 북한에 넘어간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으로 보여진다. 이런 이적행위의 진짜 목적을 따져보면, 백령도 인근에서 비행해 평양으로 날아간 드론으로 인해 서해 방어망이 붕괴된 것을 알게 된 북한이 서해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면 언제든 남북 간에 충돌의 위험이 높아지고, 이를 국내 언론을 통해 북한의 도발 징후로 증폭시켜 계엄을 선포할 여건 조성에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보는 무너진 적이 없다. 다만 조작된 적이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 조작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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