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농생명산업 기반 확대가 올해 결정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익산 동물의약품 산업지구, 장수 저탄소한우 산업지구, 순창 미생물 농생명산업지구까지 총 3개 지구가 새롭게 지정되며, 이미 지정된 남원 ECO 스마트팜, 진안 홍삼한방, 고창 김치특화 산업지구를 더하면 총 6개 지구로 전북 농생명산업의 핵심축이 완성됐다. 이는 단순한 산업단지의 증가가 아니라, ‘전북형 첨단 농생명 생태계’라는 미래 전략의 대동맥이 비로소 뚜렷한 윤곽을 갖추기 시작한 의미 있는 변화다.
농생명산업지구는 전북특별법에 의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로, 원료 생산–가공–유통–연구개발을 하나의 권역 안에서 유기적으로 묶어 산업 전후방 연계를 극대화하는 혁신적 플랫폼이다. 그동안 농업은 지역경제의 한 축이면서도 산업화와 기술화 측면에서는 갈증이 컸던 분야다. 하지만 이번 6개 지구 지정은 전북 농업을 전통적 농업에서 첨단 농생명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기제이자,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구조적 변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우선 익산 동물의약품 산업지구는 전북의 바이오 역량을 집대성한 ‘국가급 동물의약품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개발과 임상, 시제품 생산, 효능·안전성 평가까지 하나의 지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전 주기 지원 체계는 국내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와의 연계는 국제 수준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고, 벤처타운 조성은 창업기업과 연구소를 끌어들이는 첨병이 된다. 익산이 그동안 축적해 온 동물의약품 산업 기반이 이제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첨단 R&D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장수 저탄소한우 산업지구는 ‘탄소중립 시대의 축산 모델’을 전북이 선도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우 산업은 지역 농가와 직결된 전통산업이지만, ESG 요구에 따라 변화가 절실한 분야다. 장수는 이 지구를 통해 종축 개선, 친환경 사료 기술, 스마트 사양관리, 도축·가공시설 첨단화를 하나의 공급사슬로 묶어 전국 최초의 지역 단위 저탄소 축산 산업화를 구현하게 된다.
기업 참여가 늘어나고 종모우센터 등 기반시설이 확충되면 농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축산업 전환의 모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는 단지 축산 생산량 확대가 아닌, 미래 기준에 부합하는 저탄소 산업 구조를 전북이 주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순창 미생물 농생명산업지구는 지역 특화 자원과 고부가가치 기술을 결합한 대표적 융복합 프로젝트다. 순창은 발효·미생물의 고장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지구 조성을 통해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농산업혁신벨트, 산업용 미생물 공급망 등 기술과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을 확고히 갖추게 된다.
더 나아가 K-발효를 테마로 한 관광 명소화를 추진해 산업과 관광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모델도 모색되고 있다. 이는 ‘산업지구=공장 집적지’라는 기존 개념을 넘어, 지역 문화·전통과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전북형 미래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3개 지구 지정은 단순한 행정적 확정이 아니라, 전략환경영향평가·타당성 검토·실행계획 협의 등 엄격한 검증 절차를 통과한 결과다. 즉, 산업성·실행 가능성·지역 파급효과를 모두 충족한 지구만이 지정됐다는 의미이며, 이는 향후 사업 추진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도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지구 지정이 산업 발전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과 연구기관이 실제로 참여하고, 지역 농가와 주민이 혜택을 체감하며, 지역 경제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반 시설 구축, 기술개발 지원, 규제 완화, 전문 인력 유치, 기업 협력 생태계 조성이 동시에 전개돼야 한다. 전북자치도가 향후 지구별 인프라 확충과 기업 참여 확대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점에서 중요하다.
전북 농생명산업은 이제 ‘준비의 단계’를 넘어 ‘실행의 시대’로 들어섰다. 6개 산업지구가 서로 연계되고, 연구와 산업이 만나는 플랫폼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전북은 대한민국 농생명산업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 농생명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결국 도민의 일자리, 소득,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체계적 관리와 적극적 투자, 민관 협력의 시너지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전북이 지금 만드는 이 산업지구들은 미래 세대의 경제 지도를 바꿀 인프라다. 이제 전북은 더 이상 ‘가능성의 지역’이 아니라, 농생명산업의 중심축을 스스로 구축하며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견인하는 확고한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3개 지구 추가 지정을 통해 농생명산업의 첨단화, 기업 참여 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향후에도 지구별 인프라 확충, 핵심 기술개발 지원, 기업 협력체계 강화 등을 통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올해 6개 농생명산업지구 지정으로 전북 농생명산업의 성장 기반이 크게 강화된 것을 계기로 지구별 전략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해 기업과 연구기관의 참여를 확대하고, 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