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길이 지역의 미래가 될 때 - 전북형 관광도로의 의미
    •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 국토교통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 ‘관광도로 지정제도’는 도로를 단순한 이동 통로가 아니라, 지역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관광 플랫폼으로 재해석한 정책이다. 이는 교통과 관광을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선진형 모델이며, 각 지자체의 전략 역량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전북형 관광도로 후보지와 운영 전략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제안이다. 

      문제는 이 전략을 어떻게 지역 소득과 실질적으로 연계하느냐는 점이다. 관광도로가 단지 ‘멋진 경관을 가진 도로’로 머물러서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동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북은 해안·산악·문화자원이 밀도 있게 분포한 전국에서도 드문 지역이다. 군산–변산–곰소를 잇는 ‘노을해안 드라이브로드’는 이미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노선으로, 일몰 경관·해양레저·수산물 관광 등 다양한 테마와 결합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임실 옥정호와 정읍 구절초 정원을 연결하는 ‘옥정호 낭만가도’, 고전 감성과 현대 대중문화가 공존하는 ‘K-컬처 감성로드’, 전주–위봉산성을 잇는 ‘평화 순례드라이브’ 역시 자연·문화·정서가 풍부하게 담긴 노선들이다. 전북의 관광도로가 전국을 선도할 수 있다는 연구원의 평가가 과장이 아닌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잠재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광객 증가 → 지역 소비 확대 → 주민 소득 증가 → 관광 생태계 지속성 강화라는 선순환 고리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지역 참여’다.

      관광도로의 주체는 도민이어야 한다. 지역 주민이 여행상품 기획, 스토리텔링 개발,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은 관광 흐름과 지역 소득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구조다.

      그 사례로 첫째, 노을해안 드라이브로드에서는 어촌체험·갯벌 생태해설·로컬 해산물 쿠킹 클래스 등의 주민 운영형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관광의 체류시간과 소비 지출을 높일 수 있다. 옥정호 낭만가도에서는 농촌체험과 정원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지역 완주형 여행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둘째, 관광도로 전략은 반드시 스마트 인프라와 결합해야 한다. 전북연구원이 제안한 스마트 복합쉼터는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소비를 유도하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다. 로컬푸드 판매, 전기차 충전, AR·VR 기반 역사·생태 체험 콘텐츠, 지역 공예·농산물 전시 등은 모두 지역 경제와 즉시 연결된다.
      특히 관광도로 주변 농어촌 상권이 쇠퇴한 지역일수록 복합쉼터를 ‘지역상권 재생 허브’로 설계해, 관광객의 소비가 시내 상권으로 흘러들도록 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셋째,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 전북형 통합 관광도로 브랜드를 구축하고, 모든 노선에 일관된 디자인의 도로표지판·포토스팟·안내 콘텐츠를 적용하면 관광도로 자체가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인식된다. 브랜드가 구축되면 전주·군산·남원 등 개별 도시가 가진 브랜드와 연계되어 시너지를 만들 수 있고, SNS·유튜브 등에서 바이럴 효과도 커진다.

      특히 K-컬처 감성로드는 음악·드라마·웹툰 등 한류 콘텐츠와 결합하기에 최적화된 노선이므로, 콘텐츠 기업과 협업해 ‘스토리 기반 여행’ 상품을 개발한다면 젊은 층의 유입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넷째, 관광도로를 통해 데이터 기반 지역경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교통량, 관광객 흐름, 소비 패턴, 환경 변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면 지역별 맞춤형 관광전략을 세울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구간에서 관광 체류 시간이 짧다면, 해당 구역에 체험·휴식·소비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역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데이터는 단지 현황 파악의 수단이 아니라 ‘지역경제 설계도’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북형 관광도로 전략은 낙후지역·인구소멸지역 활성화와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전북연구원이 지적한 것처럼 관광도로 지정제도는 균형발전 효과가 크다. 기존 관광지 중심의 개발 방식과 달리, 도로라는 연속적 공간을 활용하면 지역 간 단절을 해소하고 소멸위기 지역에 신규 경제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북형 관광도로는 ‘관광도로가 지나가는 곳마다 지역경제가 깨어나는 변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처럼 전북은 관광도로 지정제도의 가장 이상적인 시범 지역이 될 수 있다. 스마트 인프라, 주민참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결합한 전북형 관광도로 모델로 전국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도로를 통해 사람과 지역, 문화가 연결되는 관광의 시대가 본격 시작된 것이다. 전북이 관광도로 대전환의 중심에서 지속가능한 관광교통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관광은 결국 ‘사람이 움직이고, 경험하고, 소비하는’ 행위다. 관광도로는 그 움직임의 경로를 지역경제 구조와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정책 플랫폼이다. 전북은 이 제도의 가장 이상적인 시범 지역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력 있는 전략·도민 참여·스마트 인프라·데이터 기반 운영체계를 조합해 전국을 선도하는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다. 전북이 관광도로 대전환의 중심에서 새로운 관광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면, 도로는 더 이상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소득을 만들어내는 ‘미래형 성장축’이 될 것이다. 전북의 도로가 지역의 운명을 다시 그리는 시대,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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