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화의 파도를 기회로 바꿀 전북 실버산업 전략
    • 김관춘 칼럼 / 주필
    •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초고령사회로 향하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2040년 33.9%, 2067년에는 46.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더 이상 복지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기술·경제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다.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향방이 갈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전북연구원이 제기된 국가주도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조성 제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고령화는 위기이자 동시에 거대한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실버경제 시장은 이미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실버경제 규모는 2020년 2조 달러에서 2030년 3조5천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며, 유럽연합은 같은 기간 3조7천억 달러에서 5조 달러로 성장해 전체 산업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독일·중국 등 주요국 역시 2050년이면 고령인구 비율이 35%를 넘어서며 고령친화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고령층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안정적인 소득을 가진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버산업은 구조적 성장산업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대응 속도와 준비 수준이다. 고령인구 증가는 돌봄 수요 급증을 동반하지만, 생산가능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기존 노동력 중심의 돌봄 체계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AI 돌봄로봇, 웨어러블 헬스기기, 스마트홈케어 등 에이지테크 기반 고령친화산업이다. 정부가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한 인식의 결과다.

      전북자치도가 이 흐름에서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 전북연구원은 전북을 미래 성장동력인 실버산업의 거점도시이자 R&D 핵심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국가주도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조성을 제안했다. 특히 전북특별법에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강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구체적 실행 전략이다.

      고령친화산업은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장할 수 없다. 기술개발, 시험·평가, 인증, 상용화, 수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산업 생태계가 동시에 구축돼야 한다. 전북에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를 조성해 R&D 인프라를 집적화하고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실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등 거대 고령시장으로의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면 파급 효과는 전북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전북연구원이 제안한 개발단지와 인력양성단지의 이원화 전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발단지는 에이지테크 기반 기술개발과 시험평가, 기업지원에 집중하고, 인력양성단지는 고령친화 전문인력 교육과 창업, 벤처기업 육성의 산실로 기능해야 한다. 여기에 고령친화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해 기업 유치, 인센티브 제공, 투자 연계, 해외 네트워크 구축을 전담한다면 산업단지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는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의료·돌봄·요양에 소요되는 재정 부담은 급격히 늘어나지만, 기술 기반의 예방·관리 중심 서비스가 확산되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원격의료 연계 서비스, 일상생활 보조 로봇 등은 고령자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는 동시에 가족과 사회의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는 복지 지출의 증가를 산업 성장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가치가 크다.

      또한 고령친화산업은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개발 인력뿐 아니라 의료·돌봄·교육·서비스 분야의 다양한 직종이 연계돼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에이지테크, 헬스데이터, 바이오·의료기기 분야의 새로운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중장년층에게는 경험을 살린 재취업과 사회참여의 통로를 열어 줄 수 있다. 세대 간 고용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친화산업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주도의 일관된 추진이다. 개별 지자체나 기업의 단편적 시도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연구개발 투자, 규제 완화, 실증 특례, 국제 표준 연계까지 포괄하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 전북에 들어설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는 이러한 정책을 실험하고 고도화하는 국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입지 측면에서 새만금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광역 교통망과 항만·물류 인프라, 대규모 가용 부지라는 강점을 활용해 국가 전략산업으로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는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산업 전략의 시험대다. 전북을 글로벌 실버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은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미래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이다.

      초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그러나 준비된 사회에게 고령화는 부담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된다. 전북을 거점으로 한 국가주도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조성은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를 선도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초고령화의 파도를 산업 경쟁력으로 바꾸는 결단이 지금 요구되고 있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