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위 20%’ 통보… 칼바람 부는 전북 정치권
    • 김관춘 칼럼 / 주필
    •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가운데 ‘하위 20%’를 통보하면서 전북 정치권에 거센 공천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기초단체장 2명과 광역의원 7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정가는 단순한 평가 결과를 넘어 사실상의 ‘정치적 사형선고’에 가까운 무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의신청 기한이 이미 마감됐고, 공천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각각 20%씩 이중 감산이 적용되는 구조라면, 제도상 경선 참여가 가능하더라도 현실 정치에서는 재기의 문이 극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전북은 오랜 기간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정치 지형을 유지해 온 곳이다.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본선에 오르면 승리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지역 정서는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 속에서 공천 평가는 단순한 당내 절차가 아니라 곧 지역의 미래 권력을 가르는 관문이 된다. 그렇기에 이번 하위 20% 통보는 개인의 정치생명은 물론, 해당 지역의 향후 4년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다.

      이번 조치는 당의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기득권에 안주한 현역을 솎아내고 경쟁력 있는 새 인물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라면 원칙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지방자치는 인물 경쟁력과 행정 역량이 곧 지역 발전의 성패로 직결된다. 주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무능·무책임 정치가 반복된다면 과감한 교체도 필요하다. 평가와 책임의 원칙이 분명해야 정치가 긴장하고 혁신한다.

      문제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평가 기준이 명확했는지, 정량·정성 지표가 일관되게 적용됐는지, 외부 압력이나 계파 이해가 개입될 여지는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면 그 자체로 제도의 정당성은 흔들린다.

      일부 인사의 경우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되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받았다는 전언이 나오는가 하면, 논란을 겪었던 다른 인사는 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기준의 형평성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는 순간, 쇄신은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된다.

      하위 20% 통보는 단순 감점이 아니라 공천 경쟁의 판도를 사실상 결정짓는 장치다. 공천 심사 20% 감산, 경선 진출 시 추가 20% 감산이라는 이중 구조는 뒤집기가 극히 어렵다. 제도적으로는 기회를 열어두었다고 하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봉쇄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만큼 평가 과정은 더 엄정하고, 더 치밀하며, 더 설명 가능해야 한다.

      공천은 특정 개인의 정치적 생존을 가르는 절차이기 이전에, 지역 주민의 선택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능력 있고 청렴하며 비전을 갖춘 후보가 기회를 얻어야 전북의 미래도 전진한다.

      반대로 계파 논리나 내부 정치 셈법이 개입해 경쟁력 있는 인물을 배제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조일수록 공천은 더 엄중한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당 지도부와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이번 평가가 진정한 혁신으로 기록되길 바란다면, 모든 과정을 원칙과 데이터에 기반해 설명해야 한다. 평가 항목과 배점, 감점 사유를 가능한 범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신청에 대해서도 형식적 절차가 아닌 실질적 재심의가 이뤄졌음을 보여줘야 한다.

      억울한 탈락자가 없도록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이기에, 단 한 건의 오판도 가볍지 않다.

      동시에 하위 통보를 받은 이들 역시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민 평가와 의정 활동 성과, 지역 내 신뢰도에서 부족함은 없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쇄신은 당만의 과제가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기 성찰과 별개로, 제도가 공정하게 작동했는지는 반드시 따져 묻는 것이 민주적 정당 정치의 기본이다.

      전북은 지금 산업 전환과 인구 감소, 재정 압박이라는 삼중 과제 앞에 서 있다. 이런 시기에 지방권력을 누가 맡느냐는 단순한 자리 싸움이 아니다. 유능한 리더십은 지역의 생존 전략이고, 무능한 정치는 곧 기회의 상실이다. 공천 과정이 곧 전북의 경쟁력을 가르는 시험대가 된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번 ‘공천 칼바람’이 상처와 분열로 끝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인적 쇄신이라는 대의와 공정성이라는 원칙이 조화를 이룰 때만이 도민은 결과를 수용한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현실일수록, 공천은 더 공정해야 하고 더 투명해야 하며 더 책임 있어야 한다. 능력 있고 훌륭한 후보를 세워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그리고 단 한 명의 억울한 탈락자도 남기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엄정하고 공정한 평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평가를 계기로 정당 민주주의의 본령도 함께 되짚어야 한다. 공천은 특정 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당원과 도민의 뜻을 받드는 공적 절차다. 평가 결과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납득 가능한 근거 제시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첫걸음이다.

      혹여 미흡한 점이 드러난다면 과감히 보완하고,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번 공천 과정이 일회성 정리 작업이 아니라 전북 정치의 체질을 바꾸는 출발점으로 기록될 수 있다. 결국 공정한 공천만이 당의 신뢰를 지키고, 그 신뢰 위에서만 전북의 미래도 바로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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