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은 단순한 예언자가 아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의 경험을 비추어 경고하고 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주식시장의 문제점들을 알려주는 경보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첫째, 장기 투자자가 버티기 어려운 변동성이다. 해외 연기금·대형 자산운용사는 ‘고수익’ 만큼이나 ‘예측 가능성’과 ‘변동성 관리’를 중시한다. 최근 한국 시장의 특징은 하루는 폭락으로 인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다음 날은 폭등으로 인해 다시 선물시장 거래를 중단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 전체가 며칠 사이 20% 하락 후 10% 반등하는 기록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장은 단기·퀀트·고빈도거래(HFT)·레버리지 자금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지만, “10년 보고 투자하겠다”는 연기금 스타일 자금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코스피가 세계 이슈의 중심에 서 있을수록, 역설적으로 ‘진득하게 버티는 외국인 장기 자금’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정상적인 자본시장에서 벗어나 투기장화 되고 있다는 의미다.
둘째, 개인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시장이다. 비앙코 대표는 한국 시장이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70%에 달하는 단기 돈놀이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연금 투자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은 20% 정도 내외다.
이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개인투자자는 레버리지·옵션·단기 매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감정적 의사결정에 노출되기 쉽다. 개인 비중이 높은 시장은 ‘완만한 조정’보다 ‘과열 후 급락’ 패턴을 반복하기 쉽다.
개인의 동시적 쏠림이 ‘한 방향으로 몰렸다가 한 방향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한국 시장이 “심장이 약한 사람은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극단적 변동성은 개인에게 ‘기회’가 아니라 ‘탈진과 이탈’을 남기기 쉽다. 무엇보다도 기관들이 모멘텀 투자로 시장을 이끌어갈 때 이를 추종하는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반도체 두 종목이 시가총액의 40% 내외인 한국 시장이다. 한국 시장은 실질적으로 ‘반도체 집중형 단일 팩터 시장’에 가깝다. 두 개 반도체 대형주의 비중이 지수의 40%에 달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시장 구조이다.
글로벌 메모리 가격 사이클·AI 투자 사이클 변화가 곧 ‘한국 시장의 운명’이 된다. 따라서 산업·섹터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지수 투자를 한다는 것은 곧 ‘한국 경제 전체’가 아니라 ‘반도체 사이클’에 배팅하는 것과 비슷해진다.
AI 호황과 함께 반도체가 시장을 끌어올릴 때는 이 구조가 큰 수익을 안겨주지만, 사이클이 꺾이거나 자본 지출(CapEx)이 조정되기 시작하면 지수 전체가 동일한 방향으로 과격하게 흔들릴 위험이 있다. 이는 한국 시장에서는 위험을 분산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건전한 장기 자본시장으로서 큰 결격 사항이 된다.
넷째, 모멘텀 트레이딩과 변동성의 증폭이다. 최근 한국 시장 변동 패턴에서 마이클 버리를 비롯한 해외 전문가들은 ‘추세 추종형 기관·퀀트·알고리즘’ 자금이 대거 유입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오를 때는 ‘고가 돌파 → 추가 매수’가 반복되며 상승 탄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꺾이기 시작하면 ‘손절매 알고리즘 → 역추세 레버리지 → 헤지 포지션 확대’가 겹치며 하락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수 있다.
즉, 지금의 급등락은 단순한 개인투자자의 공포와 탐욕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고, 글로벌 모멘텀·퀀트 전략의 ‘가속 장치’가 붙어 있다는 지적이다. 이 환경에서는 “저렴해 보이는 구간에서 조금씩 모아가겠다”는 오래된 투자 방식이, 생각보다 큰 손실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인도의 ‘Jane Street 사태’와 같은 ‘알고리즘 리스크’이다. 한국과 같은 소규모 시장에서 급등락이 반복되면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선물과 옵션을 이용한 작전거래를 통해 시장을 조작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인도에서 퀀트 트레이딩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제인 스트리트(Jane Street)사는 고도화된 알고리즘·고빈도거래(HFT)를 통해 시장을 교란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현재 인도 규제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 시장은 파생상품·옵션 거래 비중이 매우 크고, 개인 중심 구조에 모멘텀 기관·퀀트 자금이 뒤섞여 있으며, 규제와 감시가 이런 최신 알고리즘 구조를 얼마나 따라잡고 있는지 불투명하다.
이 조합은 ‘제인 스트리트식 사건’이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다. 특히 만기일, 지수 리밸런싱일, 옵션 대량 포지션이 걸린 시점에는 ‘가격을 특정 방향으로 잠깐만 움직여도’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개인은 그저 ‘이상한 급등락이 한 번 있었다’는 뉴스만 접하고 지나가겠지만, 그 뒤에 어떤 알고리즘·전략이 작동했는지는 대부분 알 수 없다. 한국의 경우 이 같은 ‘합법적 차익거래’와 ‘실질적 가격 조작’의 경계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투기 자본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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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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