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에서 ‘시간’은 곧 생명이다. 단 몇 분의 지체가 환자의 생사를 가르고 평생의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응급의료 체계 구축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북자치도가 중증 응급환자의 이송 지연을 줄이고 치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치다.
이번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이 공동 추진하는 정책으로, 전북·광주·전남 등 3개 권역에서 5월까지 3개월간 시범 운영된다. 그동안 현장 구급대가 병원별 수용 가능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며 이송 병원을 결정하는 방식은 병원 과밀화와 정보 부족으로 인해 환자 이송이 지연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중증환자의 경우 적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시범사업의 핵심은 ‘3단계 병원 선정 체계’ 도입이다.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병원 선정을 시작하면 우선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을 활용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등 센터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수용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이 10분 이상 지연될 경우 병원 선정 범위를 광주·전남·대전·충남 등 인접 지역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15분이 지나도록 병원이 정해지지 않으면 광역상황실이 직접 개입해 병원을 지정하고 ‘우선수용병원’으로 이송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특히 우선수용병원 제도는 응급의료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병원 선정이 늦어질 경우 일단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이송해 초기 처치를 실시하고 이후 필요하면 최종 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방식이다. 급성심정지와 심·뇌혈관질환, 중증외상 등 8대 중증응급질환에 대해서는 질환별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도록 기준도 정비했다.
하지만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응급환자 이송체계는 단순히 병원 선정 방식만 바꾼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의 수용 역량과 의료진 확보,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그리고 광역상황실의 신속한 판단과 조정 능력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전북도는 이번 시범사업을 행정 절차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도민의 생명과 직결된 정책인 만큼 소방본부와 응급의료기관 등 관계기관 간 협력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현장 구급대원의 의견과 의료진의 경험을 적극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응급의료 체계는 지역 안전망의 마지막 보루다. 특히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전북은 물론 전국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중요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전북도가 시범 운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도민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고 안전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확실히 구축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도민의 생명은 그 어떤 행정 성과보다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