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약 뒤에 숨은 행정, 행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시설 운영상의 갈등으로 보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이 사안의 핵심은 공공시설을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이 과연 그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주시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2016년 민자투자 방식으로 설치된 시설이다. 태영건설 등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건설했고 협약에 따라 운영 역시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민간의 자본과 효율성을 활용하는 민자사업 구조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시설 운영 과정에서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전주시가 내놓는 답은 늘 똑같다. "운영은 사업자의 권한"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행정의 책임을 지나치게 가볍게 만드는 변명에 가깝다. 민간이 운영을 맡았다고 해서 공공의 감독 책임까지 민간에 넘겨진 것은 아니다. 종합리싸이클링타운은 어디까지나 시민의 세금으로 관리되는 공공시설이며, 그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시민 부담과 직결된다. 협약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이 한 발 물러서는 순간 공공의 책임은 공백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건조분 처리 문제는 이러한 행정의 무기력을 그대로 드러낸다. 시설에서 발생하는 건조분은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 민간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며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수억 원에 달하는 처리비가 지출되는 상황에서 업체 선정 과정과 처리비 산정이 과연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협약을 이유로 사실상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감독해야 할 행정이 감독을 포기한 채 '사업자의 영역'이라는 말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태도라면 민자사업은 공공성과 효율성을 결합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책임을 분산시키는 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민자사업의 본래 취지는 분명하다. 민간의 효율성을 활용하되 공공의 이익은 행정이 철저히 지켜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이 사라진 민자사업은 쉽게 방치와 특혜의 구조로 변질된다. 협약이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장치가 아니라 행정 책임을 가리는 방패막이로 작동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오랜 기간 반복되고 있음에도 행정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협약을 이유로 책임의 선을 긋는 동안 시민의 세금이 어떤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시설은 특정 기업의 사업장이 아니라 시민의 자산이다. 따라서 행정이 지켜야 할 것은 협약 문구가 아니라 시민의 이익이다. 협약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는 행정이 계속된다면 시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협약 뒤에 숨은 행정이 계속되는 한 공공의 책임은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전주시 행정은 이제 답해야 한다. 협약을 지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협약 뒤에 숨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시민들은 다시 묻게 된다. 도대체 전주시 행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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