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중심지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금융허브는 구호가 아니다... 준비 없는 전북의 공허한 외침"


      전북이 다시 '금융중심지'라는 이름을 꺼내 들었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제3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이후 지역에서는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라는 청사진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국민연금공단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것은 2017년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하나인 국민연금이 지방으로 이전한 것은 전북에 주어진 매우 큰 기회였다.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연기금 중심 금융도시"라는 미래가 거론됐다.

      최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우리금융이 전주 인력을 확대하고 자산운용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KB금융과 신한금융 역시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금융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도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평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전북 금융중심지 논의는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지금 전북의 금융중심지 논의는 정책이라기보다 희망에 가까운 구호에 머물러 있다.

      금융허브는 행정이 외친다고 만들어지는 산업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세금이 낮거나, 규제가 덜하거나, 투자 기회가 많거나, 금융 인재를 확보하기 쉽거나, 자본이 모이는 환경이 있어야 한다. 런던, 뉴욕, 싱가포르 같은 금융도시들이 그렇게 성장했다.

      그러나 전북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연금이 전북으로 이전한 지 벌써 8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대형 금융회사들이 줄지어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금융기관이 굳이 전북으로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제 인센티브는 거의 없고, 금융 규제 특례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국제 금융 인재가 와서 일할 수 있는 교육·주거·문화 환경도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행정은 여전히 "금융중심지를 지정해 달라"는 요구만 반복하고 있다.

      이는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접근이다.

      금융중심지는 정부가 이름을 붙여 준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먼저 모이고 산업이 형성된 뒤에야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것이다.

      전북 행정은 이 기본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앙정부를 향한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의 준비다.

      자산운용사를 유치하기 위한 파격적인 세제 정책, 금융 규제 특례, 글로벌 금융 인력 유치를 위한 정주 환경, 스타트업과 투자 자본을 연결하는 금융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 논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보이는 것은 행사와 선언, 그리고 "금융중심지 지정"이라는 정치적 구호뿐이다.

      전북은 이미한번 큰 기회를 얻었다.
      국민연금이라는 세계적 연기금이 바로 그 기회다.

      그러나 기회를 준비 없이 맞이하면 그것은 결국 놓쳐버린 기회가 된다.

      금융중심지는 요구한다고 얻어지는 특혜가 아니다.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도시가 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결과다.

      전북이 진정 금융허브를 꿈꾼다면 이제 구호를 멈추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정해 달라"는 목소리가 아니라
      "왜 금융기관이 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냉정한 답이다.

      그 질문을 피하는 한, 전북의 금융중심지 논의는 또 하나의 지역 개발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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