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AI 피지컬 센터, 구호가 아니라 국가전략이어야 한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중국의 로봇 굴기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2월 중국중앙TV(CCTV) 춘절 특집 무대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군무와 고난도 퍼포먼스는 전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그것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니라 중국이 로봇과 인공지능을 국가 패권 산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중국은 이미 로봇산업을 인공지능, 6G, 신에너지차, 신소재와 함께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국가 차원의 로드맵과 막대한 투자, 인력 양성, 산업 클러스터 구축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상하이·선전·광저우·쑤저우·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는 연구개발, 제조, 부품, 소프트웨어, 응용서비스가 결합된 거대한 로봇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공장과 물류, 도시 인프라, 서비스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알고리즘과 제품 혁신으로 연결하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은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피지컬 AI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 총력전에 가깝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제조업 현장의 로봇 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핵심 부품과 소재, 센서, 정밀 감속기 등 가치사슬의 기반에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술 혁신으로 연결하는 실증 체계도 부족하다. 규제 완화는 더디고 인력 공급은 제한적이며 투자 역시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다. 기술을 말하지만 전략은 보이지 않고, 비전을 말하지만 실행은 따라오지 않는다. 세계가 로봇 상용화 경쟁에 뛰어든 지금, 우리는 여전히 ‘어디에 센터를 세울 것인가’라는 행정적 논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이 추진하는 AI 피지컬 센터 조성 계획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제조현장 실증을 결합하는 거점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는 시대 흐름에 맞다. 새만금, 국가식품클러스터, 농생명 산업, 모빌리티, 탄소산업 등과 연결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AI 피지컬 기술은 단순히 로봇을 만드는 산업이 아니라 농업, 식품, 물류, 돌봄, 제조 전반의 생산 방식을 바꾸는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야 한다. 지역의 의지만으로 이 산업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AI 피지컬 센터가 단순한 지역 사업으로 추진된다면 결국 또 하나의 간판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건물 하나 짓고 명칭 하나 붙인다고 산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이 사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예산과 제도, 인력, 실증 사업을 동시에 밀어 넣지 않는다면 센터는 결국 보여주기식 시설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정책 구조는 미래 산업을 키우기에 지나치게 느리고 분산돼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공모사업에 매달리고, 부처들은 각자의 사업을 따로 추진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중국이 구축한 총력형 산업 전략과 경쟁할 수 없다. 산업 정책이 아니라 행정 사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로봇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 몇 개 확보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빠르게 시제품을 만들고 현장에서 실증하며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 실증 인프라, 투자 환경, 인력 양성, 노동시장 유연성까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와 경직된 제도에 갇혀 있다.

      전북의 AI 피지컬 센터 역시 같은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이 사업이 진짜가 되려면 정부는 전북을 단순한 지역 균형발전 대상이 아니라 국가 전략기술 실험장으로 봐야 한다. 농생명, 식품, 재생에너지, 스마트 제조와 결합한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를 전북에 집중 배치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모일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특례와 세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문 인력 양성 체계도 함께 구축돼야 한다.

      지금 세계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국가 전략 경쟁의 시대다. 중국은 기술을 통해 생존과 성장, 그리고 패권 방어까지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선언과 구호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북의 AI 피지컬 센터 추진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피지컬 AI 시대를 준비할 의지가 있는지, 국가가 미래 산업을 어떤 철학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센터 하나가 아니다. 국가 전략이다.

      정부가 이 사업을 지역 사업으로 취급하는 한, 전북의 도전도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도 모두 공허한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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