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린 여당과 주워 쓴 야당, 부끄러움은 왜 도민의 몫인가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6·3 지방선거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는 네거티브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민들의 삶을 바꿀 비전과 정책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상대 후보를 끌어내리기 위한 폭로와 공방만이 난무하는 형국이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전북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공당의 도지사 선거가 이토록 품격을 잃고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전북도민들이 느끼는 피로감과 실망감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아니라, 정치를 향한 혐오와 냉소를 양산하는 진원지가 되고 만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최근 불거진 방송토론회 ‘판박이 패널’ 논란은 이번 선거가 얼마나 졸속과 편법, 그리고 얄팍한 정략으로 얼룩져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가 지난 21일과 22일 각각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들고나온 ‘민선 8기 도정 성적표’ 패널은 제목의 자구는 물론이고 데이터의 배열, 강조색, 심지어 동그라미 표시와 줄 바꿈까지 일치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상식의 범위를 한참 벗어난, 하나의 디지털 원본 파일에서 출력되었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이를 두고 무소속 김관영 후보 측이 “거대 야당과 여당 후보가 무소속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토론 자료를 담합하고 공유한 ‘원팀 프레임’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적 의문이다. 거대 정당의 간판을 달고 전북의 수장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정책 검증의 핵심 무대인 TV 토론회에서 타 후보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 쓴 듯한 패널을 들고나온 행태 자체가 유권자를 모독하는 처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의혹의 중심에 선 이원택 후보 캠프의 안이한 인식과 심각한 관리 부실 태도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원택 후보 측은 “담합은 악의적 네거티브”라고 선을 그으며, 토론회 전날 시안 작업을 마치고 홍보와 수정을 목적으로 200여 명이 참여하는 캠프 단체 대화방에 공개했던 자료가 외부로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을 언급했다. 이 해명은 사실상 자신들의 핵심 보안 자료가 아무런 걸러짐 없이 외부로 유출되었음을 자인한 꼴이다.

      도지사 선거 캠프의 핵심 기밀이자 후보의 강력한 무기여야 할 토론회 패널 자료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의 손에까지 들어가는 과정에서 캠프 내부의 통제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선거 캠프는 단순한 사조직이 아니다. 도정을 책임지겠다는 후보를 보좌하고 미래의 도정 기획을 조율하는 예비 공적 기관이다. 그런 조직의 보안과 관리 체계가 이토록 허술하다면, 향후 전북도청이라는 거대한 광역 행정 조직과 수많은 공적 기밀을 어떻게 온전히 다루고 관리하겠다는 말인가. 일개 캠프의 단톡방조차 관리하지 못해 핵심 정보가 경쟁 당으로 흘러가게 방치한 무능과 부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 측의 해명 역시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후보와 정책팀이 직접 공부하고 찾아서 만든 것이라 비슷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검증 자료 앞에서는 공허한 궤변에 불과하다. 만약 민주당 자료를 SNS를 통해 슬쩍 입수해 자신들의 성과인 양 토론회에 들고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공당의 후보로서 최소한의 자존심과 정책적 성의마저 저버린 행위다.

      결국 이번 사안은 전북지사 선거가 정책적 고뇌와 독창적인 비전 없이, 상대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한 자료라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 베끼고 유출하는’ 난장판으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입증한다. 전북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허술한 관리 부실로 안방 자료를 통째로 털려놓고도 남 탓만 읊어대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는 그 여당의 자료를 그대로 주워다 쓰면서 정책적 성의 없이 무임승차하는 악순환 속에서 전북의 발전 과제와 도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는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이제 선거는 불과 일주일 남짓 남았다. 전북도민들은 눈과 귀를 가리는 구태의연한 네거티브 공방과 부실한 캠프 운영으로 도민을 기만하는 후보를 원치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후보는 지역 여당의 후보답게 캠프 내부의 심각한 기강 해이와 유출 경위를 도민 앞에 명백히 밝히고 사과해야 하며, 국민의힘 양정무 후보 역시 자료의 출처를 정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후보는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낙후된 전북을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지 진정성 있는 정책 선거로 복귀하라. 도민들의 준엄한 눈이 유출된 패널의 동그라미 속에 담긴 위선과 무능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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