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2,653억 원 깎아줬지만 물가 효과 미미… 전북 과수농가 부담 우려
    •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수입 농축산물에 적용한 할당관세의 물가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국내 농산물 생산자가격에는 상대적으로 큰 하락 압력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바나나 등 수입 과일의 관세 인하가 사과와 복숭아, 포도 등 국산 과일의 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전북지역 과수농가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장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축산물 수입관세 농업분야 영향분석'에 따르면 2025년 농축산물 할당관세에 따른 관세지원 추정액은 2,652억9,000만 원에 달했다.

      품목별로는 사료 550억6,000만 원, 바나나 371억6,000만 원, 망고 219억8,000만 원, 설탕 211억7,000만 원, 커피 193억5,000만 원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29개 할당관세 적용 품목의 관세 인하가 최종재 물가에 미친 파급효과는 0.00272%, 중간재 물가에 미친 영향은 0.00467%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를 낮춰 수입가격을 인하하더라도 소비자가격까지 전달되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국내 농산물의 생산자가격과 생산량에는 하락 영향이 나타났다.

      KREI 분석 결과 지난해 바나나 할당관세 시행으로 감귤 생산자가격은 0.20%, 사과 0.16%, 복숭아 0.12%, 참외 0.11%, 포도 0.07% 각각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파인애플 할당관세 역시 사과 생산자가격을 0.14%, 포도 0.11%, 복숭아와 배는 각각 0.07% 낮추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수입 과일이라도 소비시장에서 국산 과일과 경쟁하면서 국내 농가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북의 경우 장수·무주지역 사과와 전주·완주지역 복숭아, 남원지역 포도 등 과수 생산기반이 형성돼 있어 수입 과일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 불안정과 인건비·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농가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입 과일과의 경쟁 심화는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가격 하락률은 전국 단위 분석에 따른 추정치로, 전북지역 과수농가의 실제 피해 규모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채소류에서도 생산자가격 하락 영향이 확인됐다. 당근은 할당관세 시행으로 생산자가격이 0.93%, 생산량이 0.28% 감소한 반면 소비자가격 하락폭은 0.89%로 추정됐다. 무 역시 생산자가격은 0.18%, 소비자가격은 0.15%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안정을 위한 할당관세는 농축산물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필요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안정 효과뿐 아니라 국내 농업 생산기반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이 수요와 공급, 대체 농산물 가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돼 할당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농가 손실 추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장식 의원은 "정부는 2,653억 원에 달하는 관세지원 규모는 계산하면서 정작 그 정책 때문에 국내 농민이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며 계산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물가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농민의 소득과 국내 생산기반이 보이지 않는 비용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할당관세 결정 과정에서 동일 품목뿐 아니라 대체 품목 농가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시행 이후에는 실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와 농가 피해를 함께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세 인하에 따른 소비자 편익과 농업 부문의 부담을 함께 검증하고, 피해가 확인되는 품목과 지역에 대해서는 경영안정 지원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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