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산란계 농가에는 사육면적을 50% 확대하도록 요구하면서 정작 국민 세금으로 수입한 계란에 대해서는 기존 사육기준 충족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양계농가에는 시설 개선에 따른 부담을 지우면서 수입계란에는 사육환경 검증 절차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입된 신선란은 약 1억3,324만 개에 달한다. 정부가 편성한 수입사업 예산은 축산발전기금 1,219억3,100만 원으로, 정산 전 금액이다.
미국 15곳과 브라질·태국 각 1곳 등 해외 작업장 17곳에서 수입된 계란에는 모두 사육환경번호 '4번'이 표시됐다. 그러나 실제 생산농장의 사육면적을 확인한 정부기관은 없었다.
국내 산란계 농가는 마리당 0.05㎡였던 기존 케이지 사육면적을 0.075㎡로 확대하는 기준에 맞춰 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이는 마리당 사육공간을 50% 늘리는 것으로, 기존 사육 규모를 유지하려면 시설 확충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정부는 2027년 8월까지 자율적 이행관리 기간을 두고 있으며, 같은 해 9월 이후 기존 케이지에서 생산한 '4번란'이 유통되지 않도록 난각번호에서 삭제할 방침이다.
반면 수입계란은 기존 4번 표시의 전제인 마리당 0.05㎡ 기준을 충족했는지조차 확인자료가 없는 상태다.
특히 미국 계란생산자단체(UEP)의 사육 지침은 백색 산란계의 최소 사용면적을 마리당 약 0.043㎡까지 허용한다. 국내 4번 기준보다 약 14% 좁다. 실제 수입농장이 이 기준으로 사육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 기준에 미달하는 사육환경에서 생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기관들의 답변에서도 검증 공백이 드러났다. 식약처는 사육환경 증빙서류가 법정 제출서류가 아니라며 표시의무자 책임하에 번호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aT 역시 사육방식과 사육면적은 수입요건이 아니어서 관련 확인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농식품부도 수출국 사육환경 검토자료와 식약처 협의자료는 물론 별도의 내부·법률검토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aT는 수입계란의 무게와 산란일, 유통기한, 냉장 보관조건 등을 구매계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도 사육방식과 사육면적은 계약조건에서 제외했다.
계란의 크기와 신선도는 관리하면서 소비자에게 표시하는 사육환경의 적정성을 확인할 근거는 확보하지 않은 셈이다.
이 같은 관리 방식은 전북을 비롯한 국내 산란계 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로 이어진다. 국내 농가에는 강화된 사육기준에 따른 시설 투자를 요구하면서 수입계란에 대해서는 기존 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생산자 간 규제 부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식 의원은 "국내 농가에는 계란 안전을 이유로 0.075㎡ 기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정작 국민 세금으로 들여온 수입란은 실제 사육환경조차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실제 수입농장이 4번 기준을 충족하는지부터 확인했어야 한다"며 수입계란의 생산단계 검증과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를 촉구했다.
국내 산란계 사육기준 강화가 추진되는 만큼 수입계란에도 표시기준 충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증체계를 마련하고, 국내 생산농가와 수입계란 사이의 관리기준 형평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