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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 |
지친 일상에 쉼표를, 진안에서 만나는 고요한 초록의 시간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이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초록빛 힐링 여행지를 제안한다. 면적의 약 80%가 산림으로 이루어진 진안은 고요한 산자락과 맑은 공기, 여유로운 걷기 코스를 품은 고장이다. 특히 초록이 짙어지는 5월과 6월은 진안의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걷고, 보고, 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진안의 대표 힐링 명소 4곳을 소개한다.
천천히 걸을수록 깊어지는 초록의 매력 – ‘진안고원길’
진안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표 코스가 바로 ‘진안고원길’이다. 해발 400m에 이르는 고원지형을 따라 조성된 이 길은 총 14개 구간, 약 210㎞로 구성돼 있다. 걷는 속도에 따라 자연과 교감의 깊이도 달라지는 이 길은 ‘이어걷기’라는 이름처럼 여러 차례 나누어 천천히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숲길과 논길, 마을길이 조화를 이루며, 때로는 호젓하게,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걸을 수 있다.
특히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6월에는 온 들판과 산길이 신록으로 물들어 걸음마다 초록이 스며든다. 고원지대 특유의 청량한 공기와 계절의 향기가 어우러져 ‘느리게 걷는 여행’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자연과 함께 걸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 진안고원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상이다.
‘진안고원길 이어걷기’는 14개의 코스를 3개월에 걸쳐 이어 걷는데, 매년 계절을 달리해 진행하기 때문에 진안의 사계절을 몸소 느껴보고 싶다면 해마다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차별 평균 참여자가 200명이 넘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진안의 대표적인 로컬콘텐츠다.
‘2025 진안고원길 이어걷기’는 6월 14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시작한다. 별도의 사전신청 없이 구간 출발지로 오전9시까지 오거나 진안만남쉼터에서 8시30분에 카풀로 이동한다.
문의 : 진안고원길 사무국(063-433-5191)
마이산 – 웅장한 자연과 사색의 시간
마이산(馬耳山)은 진안군의 상징이자 전국에서 명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두 개의 말귀 모양 봉우리가 우뚝 솟은 형상도 웅장하지만 봉우리 표면에 움푹 파인 커다란 구멍들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들게 한다. 5~6월의 마이산은 회색의 봉우리가 주변의 짙어진 녹음에 둘러싸여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마이산 도립공원에는 가족끼리 와서 부담 없이 탐방할 수 있는 산행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산 아래로 펼쳐지는 숲과 하늘, 돌탑과 사찰이 어우러진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정화시킨다.
마이산은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만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두 봉우리 사이를 통과해 마이산의 남부와 북부를 잇는 진안고원길 트레킹 구간은 건강한 산책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 남부의 산책길을 걸으며 낭만을 즐기고, 탑사에 도착해 신비로운 분위기에 취했다면 두 봉우리를 통과해 북부로 넘어가자. 가위박물관과 명인명품관을 지나 진안홍삼스파에서 여행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홍삼스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건강 목적형 스파로, 10가지의 테라피를 체험할 수 있다.
마이산에는 진안의 특산물인 흑돼지와 더덕을 활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로컬음식을 선호하는 여행자라면 고원의 청정 자연에서 자란 식재료로 맛을 한껏 살린 지역음식을 절대 놓치지 말자.
구봉산 – 한적한 숲길 따라 마음까지 맑아지는 산행
마이산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깊은 숲의 매력을 품은 산이 있다. 바로 구봉산이다. 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100대 명산’에 포함되며 2030 세대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식어버린 마그마가 풍화와 침식으로 깎여 이름처럼 지금의 아홉 개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모양을 갖게 됐다. 봉우리가 아홉 개나 되는 탓에 중급 이상의 트레킹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4봉과 5봉 사이에는 100m 길이의 구름다리가 놓여 있어 아찔하면서도 하늘을 걷는 듯 벅찬 기분이 든다. 구봉산은 등산로로는 운장산, 운임암반일암과 이어지고, 시야를 조금만 멀리 두면 용담호까지 조망할 수 있어 최근에는 백패커들도 많이 찾고 있다.
아홉 개의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머릿속은 점점 비워지고 바람 소리와 새소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볕에 오감을 맡기게 된다.
부귀 메타세쿼이아길 – 시간도 쉬어가는 진안의 초록 터널
진안의 또 다른 힐링 명소로 떠오르는 곳이 부귀면에 자리한 ‘부귀 메타세쿼이아길’이다.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만든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초록 터널이다. 걷기 여행객뿐 아니라 자전거 라이더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경사와 커브가 어우러진 도로 덕분에 감각적인 촬영을 할 수 있어서 SNS 인증샷 명소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푸른 나무 아래를 걷다 보면 시간도 천천히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이들이나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어 힐링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전춘성 진안군수 인터뷰 “속도를 늦추면, 진안이 보입니다”>
진안은 빠른 걸음보다 느린 걸음에 어울리는 곳이다. 도시의 바쁜 삶에서 잠시 멀어지고 싶은 이들에게 진안의 초록은 깊은 쉼표를 선물한다.
5~6월, 진안은 초록으로 마음을 채우는 계절이다. 걷고, 보고, 쉬는 단순한 여정이 위로가 되고, 자연과 함께하는 순간이 치유가 되는 곳. 진안은 그 자체로 힐링 여행지다.
이번 초여름, 복잡한 마음과 쌓인 피로를 잠시 내려놓고, 진안의 고요한 숲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진안이 주는 초록의 위로는 기대 이상으로 깊고 따뜻할 것이다.
/진안=전길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