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특검법 의결 - 정의의 문이 열렸다
    • 김관춘 / 논설위원

    •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주일 만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채상병 특검법)을 심의·의결한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기록될 만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줄곧 거부권에 막혀 좌초됐던 이 법안들이 드디어 국무회의 문턱을 넘고 공포 절차에 돌입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윤 정권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제기됐던 중대한 의혹들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열리게 됐다.

      이번 결정은 단지 법률의 통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곪아 있던 국가 시스템의 상처를 도려내고, 억눌린 정의와 진실을 회복하려는 헌정 질서 복원의 시도이며, 정치적 권력을 감시하려는 국민 주권의 실질적 발현이기도 하다. 그간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며 외쳤던 “진실은 왜 가려지는가”, “권력은 죄를 덮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이제 국가는 정식 절차를 밟아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번에 의결된 3대 특검법은 국민이 지난 6·3 대선을 통해 분명히 표출한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내각, 군·정보기관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비상계엄 사건을 정조준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의혹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근본적으로 유린한 행위이며, 반드시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대통령의 배우자가 사인(私人)의 지위를 앞세워 권력을 사유화했는지에 대한 수사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취임 전후의 각종 비선 외교 의혹, 무속인과의 관계까지 이어지는 정황은 이미 언론과 국회를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졌지만, 검찰은 반복적으로 무혐의 결론을 내리거나 수사를 지연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특검을 통해 권력형 부패와 사적 영향력 행사가 있었는지를 낱낱이 파헤침으로써, 대통령실의 도덕성과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채상병 특검법은 병영 내 인권과 공권력의 중립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 요구는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해병대 수사 책임자였던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외압을 폭로하며 군검찰과 갈등을 빚은 사건은, 국민들에게 군의 자율성과 수사 독립성에 대한 깊은 불신을 심어줬다. 이번 특검이 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동시에 군사 조직 내 정의 실현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이 특검법들은 이전 정부에서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 즉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번번이 저지했다. 국회의 입법 권한이 대통령 1인의 결정으로 무력화되던 모습은 헌법적 삼권분립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이는 곧 권력이 스스로를 수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권력형 의혹에 대해 국민이 직접 확인할 길을 봉쇄하는 처사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러한 왜곡된 통치 구조를 바로잡고, 국회의 입법 결과를 존중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극히 상식적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특검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 1명씩 추천한 후보 중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특검 제도는 종종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번만큼은 국민적 감시와 요구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정당성을 함께 확보해야 할 필요가 크다. 추천 과정의 투명성, 수사 예산과 인력의 독립적 보장, 정치권의 외압 차단 등 실질적 제도 보완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 보복’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정치 보복은 권력을 잡은 자가 무고한 이들을 대상으로 허위 사실로 혐의를 조작하고 권력을 남용할 때 발생한다. 이번 특검은 그 반대다. 오히려 막강한 권력을 지녔던 자들이 법 위에 존재했던 현실에 대해, 법의 이름으로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란 권력의 경계를 법이 정하고, 그 경계를 넘었을 때는 누구든 책임지게 하는 제도다. 전현직 대통령이든 대통령 배우자든,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시선이다. 6·3 대선에서 다수의 국민이 선택한 것은 '권력의 남용에 대한 심판'이자, '정의의 회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뜻을 제대로 읽고, 그 첫걸음을 3대 특검법 공포로 시작한 것은 의미심장한 출발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힌 대로 이는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길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특검이 법과 증거에 기반해 철저하게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이름으로 위임받은 권력의 책무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길이다.

      이번 3대 특검법의 의결은 ‘정의는 늦더라도 반드시 도래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다. 정치적 의혹이 아닌 법적 진실을 가리는 수단으로서 특검이 기능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 모두 책임 있게 협조해야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리게 된 이들 특검의 문이 왜곡된 사법 정의를 통한 국가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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