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박스쿨식 극우 세뇌교육 방파제는 ‘정치교육’(1)
    • 강민정 / 전 국회의원

    • 리박스쿨 사태가 뉴스타파의 연속보도로 일파만파 충격을 주고 있다. 대선 직전 국힘당 대선 후보와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한 리박스쿨 보도로 선거판이 흔들렸다. 선거 이후에도 보도가 이어지면서 고구마 줄기처럼 얽힌 극우 뉴라이트 세력의 복잡하고도 광범위한 조직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 댓글부대 운영과 다단계 기업형 세 확장 사업방식, 정부 정책사업을 활용해 국민 세금인 공적자금을 빨아들인 의혹 등이 드러나며 철저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적인 일은 이들이 여론조작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 발언에서 드러나듯 ‘이승만·박정희 전문가’를 양성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역사교육을 함으로써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세력들에 의해 철저히 왜곡되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육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한 마디로 스스로 ‘초등학교 안 별도 학교’라 부른 늘봄학교에 침투해 국가교육과정에 위배되는 뉴라이트 역사교육을 조직적으로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리박스쿨 사태로 첫째, 우리 사회 곳곳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뉴라이트 세력망이 형성되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둘째, 이들이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 등 공식 정부조직에 깊숙이 침투해 활동해 왔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이들과 어떤 관계인지도 밝혀져야 한다. 셋째, 가장 경악할 일은 이들 뉴라이트 세력의 극우 역사의식 세뇌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들은 댓글부대 등을 통한 여론조작과 극우단체 조직화로 현실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극우 뉴라이트 세력의 재생산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그 대상이 아직 비판적 사고력이 채 형성되기 전인 어린 초등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늘봄학교 강사 뿐 아니라 돌봄전담사 양성과정을 운영해 정규교육과정 외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 사각지대를 치고 들어왔다. 늘봄학교나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경악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정부정책이며,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니 가장 신뢰할 만하다 여겼을 학부모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불법적 행위들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내고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러나 리박스쿨과 그 네트워크에 포함된 세력들을 다 밝혀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전국 6000여 초등학교에서는 교육과 돌봄의 이름으로 정말 많은 이들이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교사나 강사, 전담사처럼 직접 대면활동을 하는 이들은 엄격한 자격기준과 교·보육활동원칙, 연수강화와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처벌 등으로 관리 가능한 면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디지털 세상은 어떤가.

      각종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이 어떤 사이트에 접속해 얼마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교사도 부모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로 완전히 되돌아가지 않는 한, 설사 파악한다 해도 그것을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 아닌가. 아이들의 생각과 가치판단, 태도형성에 디지털 세상이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크다. 이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리박스쿨 사태를 아무리 그 뿌리까지 들춰낸다 해도, 그것을 일회적 사건으로 보고 대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아이들에게서 잘못되거나 유해한 정보 자체를 핀셋 제거해주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학교 안팎에서, 현실세계와 디지털 세상에서 아이들이 접하는 무수히 많은 정보와 콘텐츠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상한 고기를 직접 골라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먹어도 좋을 고기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눈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배탈이 나거나 더 심각한 질병에 노출되지 않고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장 확실한 예방약이 바로 정치교육이다. 세뇌교육에 대한 해법이 정치교육이라고?

      가장 잔인한 인류사적 범죄를 저지른 히틀러 나치당을 경험한 독일은 전후 중요한 사회적 성찰과정을 거친다. 세계지성을 대표하는 칸트와 괴테의 나라, 당시 가장 진보적이었다고 인정받던 바이마르 헌법을 가졌던 나라에서 어떻게 히틀러 같은 인간이 탄생하며, 독일인들이 그를 따라 600만 유대인 학살 공범이 되었는지 자문하였다. 독일인들이 그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고 얻은 교훈은 ‘민주주의자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민주시민인 사람은 없으며, 민주시민은 학습과 훈련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인종주의의 토대가 된 혐오·차별의식과의 절연, 이성적 판단과 비판적 사고, 다양성 존중을 내면화하고 이를 삶속에서 실천할 줄 아는 태도를 함양하는 정치교육 필요성을 자각하고, 연방정부와 각 주마다 정치교육원을 통해 정치문해력 기르는 일에 매진했다. 1976년에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도출해 민주시민을 기르는 정치교육 3원칙을 확립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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