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9주년을 맞는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면 복권 여부가 다시금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단행되는 사면이라는 점에서, 이번 특별사면은 단순한 절차적 사면을 넘어 시대적 정의와 사회적 공정, 사법적 책임의 의미를 짚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5년간 우리 사회를 가장 격렬하게 갈라놓은 인물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명확해지는 것은, 그가 입은 피해가 정치 검찰과 이에 동조한 일부 법관들이 협력한 ‘표적 수사’의 산물이었으며, 공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개인과 그의 가족을 파멸로 몰고 간 전형적인 정치보복의 사례였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검찰은 당초 ‘사모펀드 비리’라는 권력형 부패 의혹을 내세워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정원장도, 장관도 아닌 한 민정수석 출신 교수의 가족에 대해 전례 없는 규모의 수사인력을 동원했고, 수사속도는 전광석화였다. 그러나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대부분 무죄로 결론이 났다. 실체 없는 ‘권력형 비리’라는 프레임은 결국 거품처럼 사라졌다. 검찰은 이내 입시 비리, 감찰 무마 등 새로운 혐의로 과녁을 옮겼다. 그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물론, 당시 의대생이던 딸 조민 씨까지 피의자로 몰아 법정에 세웠다.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정 교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아 만기 출소했고 조민 씨는 벌금형과 함께 대학·대학원 입학 취소, 의사면허 취소라는 이중삼중의 제재를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수사와 재판이 대한민국 사법체계가 자랑하던 ‘비례성’과 ‘적정절차’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슬렀다는 데 있다. 수사 규모와 내용, 기소 방식, 재판의 논리적 결론 모두가 사법 정의의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은 국내외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법원조차 “자녀 입시 비리는 주로 정경심 교수가 주도한 범행”이라고 판시했음에도, 조 전 장관에게 별도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국장 감찰 무마 사건에서는 민정수석으로서 추상같은 감찰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다른 2년형이 더해졌다. 도대체 문명국가 어느 나라에서 ‘추상같지 않은 감찰’이 형사 처벌의 근거가 되는가.
대조적으로, 최근 내란 기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세력과 재판장에게 제기된 향응 접대 의혹 등에는 사법부가 손도 대지 않고 있다. 지귀연 판사에 대한 향응 접대 의혹은 언론을 통해 수개월 전부터 공론화됐지만,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동일한 법적 기준이 권력 성향과 정치적 위치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현실에서, 과연 우리는 공정과 정의를 말할 수 있겠는가.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면을 둘러싼 찬반 여론이 분분하다. 특히 국민의힘은 “입시 제도를 교란하고 감찰제도를 무력화시킨 범죄자에게 사면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의 남용”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은 김태우 전 감찰관의 사면 사례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김 전 감찰관은 실형 선고 후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돼 곧바로 서울 강서구청장에 출마해 낙선했다. 당시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공익 제보자 보호 차원”이라며 정당화했다. 누구는 감옥에 가고, 누구는 출마한다. 이것이야말로 정의와 공정에 대한 정면 도전 아닌가. 윤석열 검찰과 이에 동조한 법원의 ‘해도 너무한 짓’은 사실 조국 사냥으로 시작됐다. 독재정권들이 언제나 ‘법치’의 탈을 쓰고 정적을 제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은 죄’와 ‘만들어진 죄’를 분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은 개인 구제가 아니라 국가의 사법 정의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정비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한다. 더구나 이번 사면을 촉구하는 여론은 단순한 지지층을 넘어서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 법조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 박상기 전 장관을 비롯한 법학교수 34명이 사면 복권을 요청했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천주교 광주대교구 옥현진 대주교도 동참했다. 국회의장 등 정치권이 조 전 장관을 면회했으며, 그 사면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를 표출한 바 있다. 이는 특정 진영의 정치적 요구가 아니라, 시대적 양심이 모인 목소리다.
사면은 제왕적 권력의 상징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면은 ‘법률이 도달하지 못한 정의’를 회복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정치적 보복의 희생자, 법적 비례성의 파괴에 의해 타격을 입은 인물에게 다시 사회로 돌아올 기회를 부여하는 일은 단순히 그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법이 공정함을 회복하고, 사법 시스템이 정의의 보루로서 다시 설 수 있음을 선언하는 정치적·사회적 제스처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특사에 조국 전 장관을 포함하여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단지 한 사람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왜곡된 사법의 바로잡음이며 민주주의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과거의 정치보복 공화국이 아니다. 시대는 공정과 상식을 원하고 있다. 조국 전 대표의 사면은 바로 그 상식의 회복이며, 정의가 부활하는 서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