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까지 나선 이춘석 사태, 전북의 망신살이다
    • 김관춘 / 논설위원
    •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북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중앙정부의 핵심 요직과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며, 도민들은 오랜 낙후의 그림자를 벗고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그 중심에는 전북 정치의 ‘맏형’이라 불리던 익산갑의 이춘석 의원이 있었다.

      이 의원은 4선 의원으로서 전북 10명의 국회의원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었고, 집권 여당의 법제사법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배신으로 돌아왔다. 국회 회기 중 본회의장에서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포착됐고, 인공지능(AI) 관련주 등 약 1억 원 상당의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국회의원의 본분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을 만들고 국정을 심의하는 일이다. 그러한 역할을 망각하고 본회의장에서 주식거래를 한 것은 국회의원의 기본 윤리와 책무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국민주권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북의 정치인들이 제 몫을 다해 모처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일어난 현 사태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일로 다가왔다.

      이 의원은 해당 주식계좌가 본인의 것이 아니라 보좌관 명의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국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주식 차명거래는 명백한 불법이다. 게다가 이춘석 의원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에도 유사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법사위원장의 자리에서, 그것도 회의장 안에서 이런 몰염치한 행위를 벌였다는 사실은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국민을 대신해 법을 만드는 사람’이 스스로 법적·도덕적 선을 넘은 이 사안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헌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배신한 행위다. 더욱이 이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이다. 해당 분과에 AI 정책을 다루는 TF가 속해 있다. AI 정책 결정 책임자로서 직무 관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북도민의 실망과 분노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익산 시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한 대변자로 그를 국회에 보냈고, 전북도민들은 오랜 정치적 소외의 고리를 끊어줄 인물로 그에게 기대를 큰 걸었다. 그런 중진 정치인이 국회의 권한과 자리를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면, 이는 단순한 윤리 위반이 아니라 정치적 배신이다. 더구나 그는 국민적 공분 속에 법사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민주당에서도 제명되었지만, 국회의원직은 유지한 채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이는 책임의 본질을 회피하려는 태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치는 신뢰다. 국민은 정치인을 믿고 표를 던진다. 신뢰가 무너진 정치인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이춘석 의원이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려면 의원직을 즉각 사퇴하고 수사를 성실히 받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국회의원직은 전북 발전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의 권한으로 부여된 ‘뱃지’는 그만한 도덕성과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부끄러운 특권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이 전북 정치 전체의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북은 산업 전환, 인구 절벽, 청년 이탈,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 시급한 현안 앞에 서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단결된 힘과 국민의 신뢰가 절실하다. 그런데 전북 정치의 상징적 인물이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과연 지역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겠는가. 바퀴가 망가진 자동차가 더 이상 달릴 수 없듯, 정치도 신뢰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은 자기반성과 책임이다. 권력을 행사할 때만 ‘공복(公僕)’임을 자처하고, 잘못이 드러났을 때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이는 정치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행동 없는 반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의원이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이력이 아깝다면,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남아 있는 명예를 지키는 길이자, 전북 정치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탈당으로 이번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국회 과반을 훌쩍 넘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엄중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전북 정치권은 선택해야 한다. 지역의 기대를 배신한 정치인을 감싸안을 것인가, 아니면 국민 앞에 당당한 정치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정치개혁은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바로 눈앞의 비정상적인 현실을 단호히 바로잡는 데서 출발한다. 이 의원의 거취는 개인 문제를 넘어, 전북 정치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전북은 지금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을 제대로 살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오욕의 상징이 된 정치인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도민의 준엄한 목소리가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 이춘석 의원은 전북의 미래를 위해, 정치의 최소한의 책임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당장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것이 전북 정치의 재도약을 위한 첫걸음이며, 도민 앞에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도리이자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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