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다 아는데 '증거 없음'… 김건희 봐주기 판결(1)
    • 송요훈 칼럼 / 민들레 편집위원
    •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있었다. 한적한 곳에 집을 짓고 살면서 집 앞을 지나는 행인을 잡아다 자기의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보다 키가 짧으면 키를 늘려서 죽이고, 키가 길면 긴 만큼 잘라서 죽였다. 수사를 그렇게 하면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을 밝히는 게 아니라 생사람을 잡게 된다. 법을 그렇게 집행하면 살아날 사람이 없을 것이다.

      TV로 중계되는 김건희 선고 재판을 보면서 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했다. 프로크루스테스라는 판관이 있다. 그에겐 각각의 죄에 해당하는 침대가 있고, 피고인이 오면 그 침대에 눕혀 키가 1mm 오차도 없이 침대에 맞으면 유죄가 입증된 거라며 감옥에 보내고 그렇지 않으면 증거 부족이라며 무죄로 판단하여 다 풀어줬다. 그렇게 판결을 하면 거리에는 범법자들이 활보하고 감옥은 텅텅 비어 있을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범죄 사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로 판결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이라고 한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격언도 있다. 둘 다 같은 의미일 것이다. 멋진 말이다.

      그런데 그 원칙과 격언이 멋진 말이 되려면, 그 피고인에게 죄가 없어야 한다. 그게 아닌데 그 원칙과 그 격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법원의 그물은 성기어 법을 잘 알고 머리만 잘 굴리면 죄를 짓고도 얼마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으니 탈법과 편법을 장려하게 될 것이다.

      김건희가 연루된 주가조작이 있었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다. 주가조작으로 막대한 돈을 번 것도 사실이다. 평범한 월급쟁이는 평생 모을 수 없는 금액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 통정매매의 정황까지 있으니 김건희도 주가조작이라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주가조작 일당과 같이 주가조작을 모의하고 실행한 공범이라는 증거가 없으니 무죄란다. 방조죄로 기소했다면 유죄가 될 수 있지만, 방조죄로는 기소하지 않았으니 방조죄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단다.

      명태균에게서 여론조사 보고서를 받았다. 검찰총장을 하다가 대선에 뛰어든 윤석열에게 유리한 조사였다. 때로는 여론조사 보고서를 재촉하기도 했다. 대선후보의 부인이 된 김건희는 명태균을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극진하게 대하며 선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명태균이 선불로 돈을 받고 여론조사를 해준 건 아니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에게 김영선의 공천을 부탁했고, 김영선은 공천을 받았고 명태균은 김영선에게서 돈을 받았다.

      여론조사 계약을 하진 않았단다. 뇌물을 주고받으면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없다. 바보도 그렇게는 안 한다. 한국 사회에선 ‘내가 해주라고 했는데 말이 많네’라는 건, 청탁이 통했다는 거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가장 힘이 세다는 말도 있다.

      김영선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했다지만, 대통령 당선자가 봐주라고 했다는 걸 알면서도 반대한 공천관리위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설령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김영선에게 공천을 주라고 한 것만으로도 선거 개입과 청탁의 죄는 성립한다. 미수에 그쳤어도 불법인 건 맞다.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조작일 개연성이 높다. 여론조사 조작은 합리적인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되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행위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선후보가 그걸 몰랐을 리 없다. 명태균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법에 어긋나는 여론조사를 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대선후보가 거리낌 없이 그걸 받아보았다는 것이다.

      윤석열은 국민여론조사에서는 홍준표에게 내내 밀렸으나 당원 투표에서는 높게 나와 가까스로 국힘당의 대선후보가 되었다. 대선에선 0.73%의 미세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었기에 김건희는 ‘셀럽’ 흉내를 내며 영부인으로 호사를 누렸고 여기저기서 명품백도 받고 다이아 목걸이도 받고 고급 시계도 받고 금거북이도 받고 억대의 그림도 받았다. 명태균의 여론조사가 윤석열 당선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계량하여 산출할 수 없으니 판결에 반영하면 아니 되는가?

      윤석열은 대통령 당선 다음 날 명태균과 통화했고, 명태균에게 김영선 공천을 약속했다. 김건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온 국민이 안다. 약간의 과장을 하자면, 누구네 집에 숟갈이 몇 개인지 아는 정도로 훤히 안다. 그런데 주가조작 혐의도 여론조사 관련 혐의도 무죄란다.

      그 판결에 공감하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인터넷 세상에선 돌풍이 일어나고 재판의 권위, 법원의 신뢰가 와르르 무너진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이 집단으로 복귀 요구를 했다는 게 생각난다. 수사가 아니라 태업을 했구나, 무죄 판결이 나오도록 수사를 했구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면서 보완수사권을 달라고?

      범죄가 100% 입증되지 않을 때는 피고의 이익으로, 멋진 말이다. 왕과 귀족이 법 따위를 우습게 알던 시절에 힘없는 평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형사소송의 대원칙이 아닐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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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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