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쉬었음’ 1만 5,000명, 전북 소멸의 또 다른 신호
    • 김관춘 칼럼 / 주필
    • 전북 청년 1만 5,000명이 ‘그냥 쉬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하게 통계의 한 줄로 그칠 일이 아닌, 또 다른 암울한 전조로 읽힌다. 이는 전북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하는 경고음이며, 지역 소멸과 사회적 배제의 그림자가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전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전북 청년 니트 현황 및 유형별 정책 지원 방안’은 그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청년 니트(NEET)는 교육·취업·훈련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북의 ‘쉬었음’ 청년은 2024년 상반기 기준 1만5,283명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의 12.8%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보다는 낮지만, 절대 규모로 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수치다.

      특히 전북은 20대와 30대의 규모가 거의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는 점에서 전국적 경향과 다른 특성을 드러낸다. 이는 단기 취업 실패에 따른 일시적 이탈이 아니라, 결혼·돌봄·경력 단절 등 생애주기 전반의 복합 요인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별 격차 또한 뚜렷하다. 전주시가 7,182명으로 가장 많은 ‘쉬었음’ 청년을 보유한 반면, 군 지역에서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비중이 30%를 넘는 곳도 있다. 도시권은 규모 기반의 서비스 설계가 필요하고, 군 지역은 고위험군 비중 관리와 접근성 보완이 절실하다.

      동일한 정책 패키지를 전 지역에 일괄 적용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역의 산업 구조, 교통 접근성, 교육 인프라, 사회서비스 기반을 고려한 정밀한 맞춤형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연령대별 패턴도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20대 후반에는 취업 준비·구직형이 급증하고, 30대 중후반에는 돌봄·가사형이 주류로 전환된다. 이는 청년 정책이 단순히 취업 지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가족 정책·돌봄 정책·경력 설계 정책과 긴밀히 결합되어야 함을 뜻한다. 특히 여성 청년의 경력 단절과 재진입 문제는 노동 정책과 복지 정책의 경계를 넘어서는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

      전북연구원이 제안한 정책 방향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예방 중심 지원, ‘쉬었음’ 상태 3개월 진입 시점의 조기 개입, 유형별 맞춤 지원, 경로 기반 일 경험 제공, 고용·복지·정신건강 통합지원이 핵심 축이다.

      니트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반복된 실패 경험, 서비스 미이용, 장기 비경제활동 상태는 개인의 자신감과 사회적 관계망을 붕괴시키고, 결국 고립과 우울로 이어진다. 따라서 취업 알선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조기경보 체계 구축은 특히 중요하다. 학교 졸업 이후 일정 기간 취업·훈련·교육 이력이 없는 청년을 자동으로 포착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상담·멘토링·직무탐색 프로그램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취업 복귀 전환율, 고용 유지율, 서비스 참여 지속률, 심리 회복 지표 등을 함께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정책 체계는 전북이 선도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는 단순 성과 지표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청년 삶의 회복 과정 자체를 정책 성과로 인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전북형 정책의 차별화 전략도 요구된다. 원스톱 통합지원센터는 고용·복지·교육·정신건강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허브로 기능해야 한다. 행정기관 중심이 아니라, 청년이 접근하기 쉬운 생활권 거점 중심의 운영이 중요하다. 군 지역에는 ‘이동형 커리어버스’와 같은 찾아가는 서비스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교통 접근성이 취약한 농산어촌에서 청년 정책은 ‘찾아가야’ 효과를 발휘한다.

      더 나아가 지역 산업과 연계한 경로 기반 일 경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직무탐색→현장 경험→체험형 인턴십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프로그램은 청년이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돕는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농생명, 식품, 로봇, 재생에너지, 바이오 산업과 연계한 지역 맞춤형 청년 직무 경험 플랫폼은 단순 일자리 정책을 넘어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연결될 수 있다.

      청년 니트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의 결과다. 지역 일자리 부족, 교육·훈련 기회의 불균형, 돌봄 부담, 주거 불안, 심리적 고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방치한다면 청년 인구 유출은 가속화되고, 지역사회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니트 문제는 곧 지역 소멸의 전조이며, 동시에 사회적 배제의 씨앗이다.

      전북은 이미 금융, 로봇, 농생명 등 미래 산업 전략을 추진하며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이 지역에 머물지 않는다면 산업 전략은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청년 정책은 복지 정책이 아니라 지역 발전 전략의 핵심 축이다. 청년이 머물고, 일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지방시대의 출발점이다.

      전북형 청년 니트 대응 모델은 전국의 표준이 될 잠재력을 지닌다. 조기 개입, 통합 지원, 지역 맞춤 접근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도화한다면 전북은 청년 정책의 선도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제언을 넘어선 실행 의지와 재정 투입, 그리고 지역사회 전체의 협력이다. ‘그냥 쉬었음’이라는 단어가 전북 청년의 미래가 아니라, 다시 도약하기 위한 잠시의 쉼표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전북이 반드시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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