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뢰가 생명인 검사·판사·기자·목사, 불신의 늪에 빠져(2)
    • 송요훈 칼럼 / 언론인
    •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최저치(10점 만점에 2.75점)를 기록했는데 이재명 정부에선 5.24점으로 껑충 뛰어 조사대상 기관 중에 가장 높았고, 만년 꼴찌를 기록하던 국회에 대한 신뢰도 높아져 여전히 불신 구간이긴 하지만 4.19점으로 대법원(4.11점)보다 높았고, 검찰 신뢰도는 3.06점으로 조사대상 기관 중에서 꼴찌였습니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대통령과 국회에 대한 신뢰는 높아졌고, 검찰과 법원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습니다. 국회가 아니라 여야를 나눠 정당별로 신뢰도 조사를 했다면, 국회 불신의 귀책 사유가 어느 쪽에 있는지 시시비비가 분명하게 드러났을 겁니다. 다음 조사에서는 국회 신뢰도와 별도로 여야 정당별로 신뢰를 묻는 조사를 하면, 양비론의 정치 혐오에서 탈피하여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하고 성숙해지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검찰 신뢰도가 꼴찌로 추락한 이유는 수사로 정치를 했기 때문입니다. 피의자를 협박하여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증거를 조작하고, 객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정적을 제거하려는 마녀사냥 수사를 하고 정치적 기소를 한 사실이 드러나도 사과도 반성도 없습니다. 검찰을 개혁하라는 민심이 분노로 표출하는 와중에도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고 잔꾀를 부리고, 법 왜곡죄 도입에는 막무가내로 반대합니다. 검사 선서문에 있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는 그저 선서문에만 존재하나 봅니다.

      법원 신뢰도가 뚝 떨어진 데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공(?)이 가장 큽니다. 2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이재명 선거법 사건은 어느 쪽에서도 불복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한 판결이고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며 초고속으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의 정적’ 이재명의 대선 출마를 봉쇄하려고 주도한 결정이었습니다. 판결이 아니라 정치였고, 광장의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파기환송을 배당받은 고법 재판부는 공판 기일을 지정했다가 광장의 분노에 놀라 대선 이후로 재판을 연기했지요. 애초에 대법원이 그래야 했습니다. 법원 불신은 사법부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겁니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판사에 따라 유무죄의 판단이 다르고 형량이 다를 수 있지만, 그 편차는 상식의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결이 예측 가능하고 판결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판결문에 솔로몬의 지혜나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 인식이 담기면 법원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저절로 높아집니다.

      반대로 친위 쿠데타 내란을 성경 읽겠다고 촛불을 훔친 행위에 비유하는 판결이나 ‘공천 주라는데 말이 많네’라는 대통령 당선자의 육성 증거가 있는데도 정상적인 공천이었다는 판결은 일반의 상식에서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판결입니다. 마녀사냥이 명백한 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유죄로 화답하는 판결을 존중하라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재판소원이든 법관 증원이든, 사법부 개혁이 당위가 된 건 윤석열 늪에 빠진 ‘조희대 코트’가 자초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개혁에는 반대합니다. 국민을 위해서라는데, 그 주장에 동의할 국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기자들이 언론 윤리를 신의성실하게 준수하면 징벌적 배상을 두려워할 일이 없듯이 법관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재판을 하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신호를 지키고 교통법규를 지키면 과속 난폭 운전을 할 수가 없고, 단속 카메라가 곳곳에 있거나 말거나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교회 권력을 감시하는 독립 매체인 ‘뉴스앤조이’가 보도한 ‘한국 교회 사회적 신뢰도’ 조사를 보면, 교회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75.4%였고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신동식·이상민)이 올해 1월 초에 전국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에 절반은 한국 교회를 극우로 인식했고, 그 이유로 △12·3 계엄 옹호(64.5%)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타성(58%) △권위주의 옹호(43.7%) △폭력적인 언어와 폭력 선동(43.3%)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 교회에 대한 높은 불신에는 누구보다도 전광훈, 손현보 같은 극우 성향 목사와 하나님의 말씀을 곡해하여 부와 명성을 얻은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책임이 클 겁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개신교 내부에서도 언론에서도 지식인 사회에서도 그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검찰 개혁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이고, 사법 개혁은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이고, 언론 개혁은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자초한 것인데, 내부에서는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나올 뿐 성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신뢰가 생명인 집단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재할 이유도 잃게 됩니다. 신뢰가 생명인데 그들 스스로 신뢰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 검찰, 법원, 교회를 불신의 늪으로 밀어 넣는 범인은 그 집단의 내부에 있습니다. 지금은 반발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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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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