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천과 계곡, 이제는 공공으로 되돌려야 한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불법은 관행이 아니다, 행정이 만든 결과다


      전북자치도가 하천과 계곡 일대 불법 시설에 대해 전면 정비에 나섰다. 노홍석 행정부지사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점검을 넘어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반복돼 온 미온적 대응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변화의 신호다. 공공 공간을 둘러싼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불법 점용 규모는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도내 전역에서 수백 건에 달하는 불법 시설이 확인됐고, 그 유형 또한 경작, 평상 설치, 물건 적치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일상처럼 굳어진 불법의 축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는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오랜 기간 반복되고 방치된 결과이며, 결국 행정의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더 심각한 것은 그동안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러한 불법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묵인해 왔다는 점이다. 유권자와의 관계, 지역 민원에 대한 부담, 선거를 의식한 소극적 대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불법임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 행위는 단순한 행정의 미온적 태도를 넘어 공공 자산을 지켜야 할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이는 엄연히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노홍석 부지사 주재 회의에서 강조된 ‘강력 대응’ 방침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과 단절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과 행정대집행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분명 이전과는 결이 다르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단속보다 계도, 원칙보다 타협이 우선시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갈등을 잠시 미루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불법을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천과 계곡 불법 점용 문제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고 재보고를 지시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 인식에서 비롯됐다. 보고 내용의 축소나 은폐 가능성을 우려하며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요구한 것은, 공공 자산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보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관리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하천·계곡 정비 정책은 참고할 만한 사례다. 불법 시설을 과감히 철거하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린 조치는 공공성 회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당시 정책이 큰 지지를 얻었던 이유는 단순히 시설을 정비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공의 공간을 공공에게 돌려주는 행정의 원칙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지방 행정은 그와 거리가 있었다. 많은 지역에서 하천과 계곡은 사실상 일부의 사유지처럼 이용돼 왔다. 단속은 형식에 그쳤고, 위반은 반복됐으며, 그 과정에서 공공성은 점점 훼손됐다. 불법은 관행이 되었고, 관행은 다시 면죄부로 작용했다. 이 악순환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다.

      이번 전북도의 조치는 이러한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출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지속성이다. 일시적인 단속으로 끝난다면 불법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행정이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법은 신뢰를 잃고, 결국 공공 질서는 무너진다. 강력한 조치 못지않게 지속적인 관리와 사후 점검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하천과 계곡은 누구의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도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가족이 휴식을 취하며,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공간이다. 그 기본적인 권리가 일부의 불법 점용으로 제한돼 왔다면, 지금이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노홍석 부지사가 주재한 이번 회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반복되는 불법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고, 행정이 공공의 편에 서 있다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공공의 공간을 공공에게 돌려주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행정의 본질적인 의무다.

      이번 기회에 불법을 근절하고, 아름다운 하천과 계곡을 온전히 도민의 품으로 되돌려줘야 한다. 그것이 지금 전북 행정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임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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