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한송이가 바꾸는 일상
    •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원예과 농업연구관 임주락
    • 평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랑과 고마움을 가장 우아하고 진실되게 전하는 매개체는 단연 꽃이다. 꽃은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대신해 주고, 받는 이의 일상에 따뜻한 온기를 더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생활 속에서 꽃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47.6%는 최근 1년간 꽃을 구매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했고, 62.7%는 꽃 가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꽃이 주는 위로와 기쁨은 분명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꽃은 여전히 특별한 날에만 허락된 사치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꽃은 단지 보는 즐거움에 머물지 않는다. 화사한 꽃 한 다발이 식탁 위에 놓이는 순간, 집안의 공기는 달라지고 가족들의 대화에는 웃음이 번진다. 삭막한 책상 위에 꽃 한 송이가 놓이는 것만으로도 공간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마음은 조금 더 환해진다. 실제로 꽃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을 돕는 효과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어 있다. 꽃은 인테리어를 넘어, 우리의 정서를 돌보는 작은 치유인 셈이다.

      이처럼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문화는 개인의 행복에 그치지 않는다. 땀 흘려 꽃을 재배하는 화훼 농가에 직접적인 힘이 된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와 소비 위축 속에서 많은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림어업조사와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국내 화훼 재배면적은 고령화와 소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으며, 장미와 국화 같은 주요 절화류는 기후 변화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가격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다. 생산 기반은 약해지고, 가격은 불안정해지는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꽃은 결코 사라져서는 안 된다. 꽃은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작은 위로이며,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기 위해 반드시 일상 속에 자리 잡아야 할 생활 문화다. 거실 한편, 사무실 책상 위, 식탁 위에 꽃 한 송이가 놓이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때, 우리의 삶은 더 따뜻해지고 화훼산업 역시 다시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제 꽃을 특별한 날의 상징에서 일상의 위로로 돌려줄 때다.

      다행히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서는 화훼산업의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피치팡팡(장미)’, ‘레드캡(스타티스)’등 고품질 신품종 137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고, 케냐, 에콰도르 등 해외 꽃 생산 주산지에서 다양한 품종에 대한 현장실증 재배를 통해 국산 품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해외 종자 로열티 부담을 줄여 농가의 비용을 낮추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기에 ICT 스마트팜 환경제어 기술과 AI 병해충 진단 시스템까지 더해진다면, 기후 위기 속에서도 고품질의 꽃을 사계절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화훼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이제 보다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가 부담 없이 손에 들 수 있는 1만 원대 진입형 상품을 대폭 늘려야 한다. 화려한 대형 꽃다발 중심에서 벗어나, 식탁 위나 책상 위에 가볍게 둘 수 있는 소형 상품군이 확대되어야 한다. 아울러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고, 정기적으로 꽃을 받아보는 구독 모델을 활성화 하여 유통 구조도 한층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친환경과 로컬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담아야 한다. 화려한 비닐 포장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유통 단계를 줄여 산지 직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꽃을 더 신선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길이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건강한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셋째, 민·관이 함께 움직이는 협력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화훼 농가의 디지털 전환과 물류 시스템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하고, 업계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감성과 생활 방식에 맞는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역시 꽃을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나와 가족의 하루를 밝히는 작은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5월은 감사와 사랑을 전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이번 5월 만큼은 퇴근길에 가족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꽃 한 송이를 사 들고 가보는 것은 어떨까. 붉은 카네이션이 전하는 사랑과 존경, 장미의 열정, 작약의 부끄러움 속에 담긴 정처럼, 꽃마다 품은 뜻을 빌려 평소 전하지 못한 진심을 건네보자. 꽃은 말보다 조용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 우리 화훼 농가에는 희망의 꽃을 피우고, 우리 가정에는 행복의 향기를 채우는 소중한 불씨가 될 것이다. 이번 5월, 꽃과 함께 더욱 따뜻하고 향기로운 가정의 달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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