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창군이 증명한 지방 자치의 가치와 미래, 무상급식을 넘어 ‘정주 복지’로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다.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들이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기업 유치부터 현금성 지원, 거창한 랜드마크 조성까지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이 쏟아지지만, 정작 지역을 떠나려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이 정착을 고민할 때 기준은 의외로 소박하면서도 본질적인 곳에 있다. 매일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자라느냐는 ‘체감형 복지’가 결국 그 지역의 정주 여건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발표된 순창군의 학교급식 지원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순창군이 관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 공동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반적인 주요 평가 항목 모두 96%를 웃도는 압도적인 긍정 응답이 나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친환경 농산물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무려 97.4%에 달했고, 가계의 경제적 부담이 완화되었다는 응답도 96.7%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급식의 질적 향상에 대해서도 96%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숫자들이 증명하는 성과는 명확하다. 순창군의 급식 정책은 단순히 선거철 표심을 노린 ‘선심성 퍼주기’가 아니라, 교육 현장의 필요를 정확히 짚어내고 가려운 곳을 긁어준 ‘송곳 행정’이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순창군 최영일 군수의 과감한 재정적 결단과 뚝심이 자리 잡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광역자치단체의 도비 지원금 수준에 맞춰 급식판을 채우려 할 때, 순창군은 과감히 자체 군비를 추가로 편성하는 행정력을 발휘했다. 치솟는 물가 속에서 예산에 맞춰 아이들의 먹거리 질을 타협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관내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까지 총 40개교, 2,010명의 학생들은 매일 최고 품질의 도내산 친환경 쌀과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재정이 열악한 농촌 지자체일지라도 단체장의 의지와 행정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교육 복지의 격차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순창군 학교급식 지원사업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좋은 밥 한 끼를 먹였다’는 일차적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이 정책은 농촌 지역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지역 상생의 선순환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구축해 냈다. 먹거리를 소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안전한 식단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교육비 부담을 더는 수혜를 입는다. 동시에 그 식자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지역 농가들은 판로 확보의 불안감을 떨쳐내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는다. 복지 예산이 일방적인 시혜성 소비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살리고 지역 경제의 핏줄을 돌리는 ‘생산적 투자’로 치환될 수 있음을 순창군이 몸소 증명해 보인 셈이다. 이는 도시와 농촌의 상생이자, 지방 자치가 지향해야 할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나아가 이번 성과는 민선 8기 순창군이 내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순창’이라는 슬로건이 행정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먹는 고통이 없고, 먹거리로 차별받지 않는 순창을 만들겠다”는 최영일 순창군수의 먹거리 복지 철학은 교육 공동체의 전폭적인 신뢰라는 가장 확실한 보답으로 돌아왔다. 행정이 주민의 삶을 진정성 있게 바라보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때, 지방 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효능감은 극대화된다.

      이제 순창군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단순한 교육 지원 사업의 영역을 넘어섰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젊은 층의 이탈을 막는 강력한 ‘정주 복지’ 정책이자,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는 미래 투자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도 앞에서, 순창군이 던진 ‘친환경 밥상’이라는 승부수는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군은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우수 농산물 공급 비율을 한층 더 확대하고 급식 유통 체계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안전성을 더 강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한 먹거리 안전망을 짜겠다는 의지다. 대한민국 지방 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잃고 방황할 때, 순창군의 건강한 실험은 가장 따뜻하면서도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밥상 위의 자치가 만드는 지역의 미래, 순창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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