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표결 불참의 미스터리, ‘한심한 공방’과 ‘웃기는 해명’ 사이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아니면 권력을 위한 연극인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의원이 12·3 비상계엄 해제 표결 당시 김민석 전 총리의 불참을 정조준하자, 김 전 총리는 ‘명예훼손’과 ‘법적 책임’을 운운하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당권을 거머쥐기 위한 친명계와 친청계의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본격화된 모양새다. 그러나 이들의 볼썽사나운 공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씁쓸함을 넘어 참담할 뿐이다.

      우선 이성윤 의원을 비롯한 친청계의 공세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치졸하고 한심한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김 전 총리가 누구인가. 윤석열 정권이 국지전을 획책하거나 이를 빌미로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을 가장 이른 시기에, 가장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던 인물이다. 계엄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먼저 인지하고 경고했던 이가, 막상 계엄이 선포되었을 때 해제 시점까지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상식의 영역이다. 같은 당의 동지이자 전북 지역구를 대표하는 중진 의원이, 이러한 전후 사정은 깡그리 무시한 채 선거용 흠집 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행태는 깊은 실망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비판의 화살을 이 의원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당사자인 김 전 총리의 해명 역시 실소를 자아내기는 마찬가지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였던 그 엄혹한 비상계엄 정국에서, '과로로 감기약을 먹고 깊이 잠들었다'는 해명은 그야말로 '웃기는 이야기'다.

      우리는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의 비상계엄을 온몸으로 겪어낸 세대다.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던 군부의 무자비한 공포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그 공포 앞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나약함도 충분히 이해한다. 차라리 "갑작스러운 계엄 군부의 공포에 압도되어 잠시 자리를 피하고 은신했었다"라고 고백했다면, 당시의 삼엄했던 상황을 기억하는 대중에게 오히려 더 인간적이고 합리적인 해명으로 다가갔을지 모른다. '감기약 때문에 몰랐다'는 식의 군색한 변명은 정치적 무게감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결국 이번 사태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불참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두고, 한쪽은 상식 밖의 꼬투리 잡기로 정쟁을 일삼고, 다른 한쪽은 황당한 변명으로 본질을 흐리는 서글픈 정치판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인이 대중의 신뢰를 얻는 길은 복잡하지 않다. 과오가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포가 있었다면 당당하게 고백하는 '정직한 행보'에서 출발한다. 정치인들이 계략과 변명 대신 거짓 없는 투명한 정치를 행할 때, 비로소 우리 정치 사회도 맑아질 수 있다. 당권 경쟁에 눈이 멀어 정직을 잃어버린 두 정치인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바라는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아니면 권력을 위한 연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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