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쏘아 올린 JB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의 '연합형 합병' 제안이 전북 지역 사회 전체에 심각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산 규모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 그리고 지주회사 간 시너지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단기 투자 수익률 극대화만을 노리는 냉혹한 자본 시장의 계산법이 짙게 배어 있다. 자본의 논리가 금융의 공공성을 압도하려는 지금,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 한다. 전북은행이 과연 특정 펀드나 주주들만의 전유물인가.
단언컨대 전북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오늘의 JB금융지주라는 견고한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전북은행의 반세기 역사는 곧 전북도민이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전폭적인 신뢰와 애정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역사다. 1969년 '1도 1은행' 정책의 흐름 속에서 설립될 당시, 도내 자본의 역외 유출을 막고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따뜻한 젖줄이 되어달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그 출발점이었다.
1990년대 말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IMF 외환위기의 엄혹한 시련 속에서도 전북은행을 살려낸 것은 다름 아닌 전북도민들이었다. 타지의 거대 은행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지역 지점을 폐쇄하고 대출을 회수할 때, 도민들은 구좌 유지 운동과 향토 은행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며 피땀 어린 자금을 전북은행에 맡겼다. 오늘날 JB금융지주가 누리는 견고한 재무구조와 높은 브랜드 가치는 수십 년간 지역 사회가 함께 지불해 온 역사적 지분의 결실이다.
행동주의 펀드는 두 금융지주의 합병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대형 시중은행과 맞설 수 있는 체급을 만들어 줄 것이라 유혹한다. 그러나 자본의 세계는 철저히 힘과 규모의 논리로 작동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자산 100조 원을 넘어서는 부산·울산·경남 기반의 BNK금융지주와 합병이 추진될 경우, 자산 규모가 그 절반에 불과한 JB금융지주가 지배구조와 경영권 향배에서 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만무하다. 의사결정권과 발언권이 절반 이하로 위축되는 것은 자본의 생리상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의사결정권과 발언권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 지역사회와 도민에게 돌아간다. 도내에서 형성된 소중한 시중 자금이 역외로 유출되거나, 지역 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순위가 후순위로 밀려날 위험은 너무나 자명하다.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가 수년간 공들여온 제3금융중심지 지정 및 연기금 특화 금융도시 조성이라는 핵심 국책 전략 역시 지역 거점 금융지주의 독립성 약화로 인해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합병이 수익성과 내실 면에서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JB금융지주는 비록 자산 체급은 작을지 몰라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핵심 수익성 지표에서 국내 금융지주 최고 수준의 압도적 성과를 다년간 증명해 오고 있다. 내실 있고 탄탄한 '강소(强小) 금융그룹'으로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한 JB가, 굳이 덩치만 큰 타 지역 지주와 섞여 스스로의 정체성과 알짜 수익성을 희석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도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해 온 향토 금융기관을 자본 시장의 단기 매물처럼 다루며 합병을 운운하는 것은 전북도민의 역사적 지분과 자존심을 짓밟는 기망 행위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지역 금융의 공공성과 뿌리를 흔드는 자본의 공격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JB금융지주 경영진과 이사회는 자신들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자각해야 한다. 금융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재무제표상의 숫자에 있지 않다. 도민과의 상생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저버린 주주가치 제고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지금 JB금융지주에 필요한 것은 단기 사모펀드의 입김에 흔들리는 합병이 아니라, 도민의 금융 주권을 당당히 지켜내고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향토 기업의 본분을 다하는 엄중한 책임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