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수목원 사업의 하도급 계약 중 전북업체가 참여한 비율이 고작 4%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명색이 전북의 대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업체는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지역민의 허탈감과 분노가 크다. 법으로 ‘전북업체 우대’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이자 제도의 실효성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산림청 국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새만금수목원 사업은 디엘이앤씨를 중심으로 한 5개 업체 컨소시엄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중 전북에 영업소를 둔 업체는 단 두 곳뿐이고, 그마저도 전체 지분의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하도급 계약 23건 가운데 전북업체는 단 1건에 불과하니,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새만금사업의 취지가 무색하다 못해 조롱받는 지경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역 고용효과의 미비다. 하도급 참여업체의 지역주민 고용일수는 전체의 17% 수준에 그쳤고, 비정기 고용을 포함해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익산의 진흥설비는 100% 지역 인력을 고용하며 모범을 보였다. 이는 ‘할 수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지역참여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현행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53조는 명확히 지역업체 우대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디엘이앤씨의 하도급 선정 과정에서는 전북업체를 ‘입찰참여 대상’ 정도로만 제한했다고 한다. 법적 취지는 외면하고 형식적 요건만 충족시킨 셈이다. 산림청은 발주기관으로서 이러한 왜곡된 절차를 묵인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전북 정치권 또한 침묵으로 일관해서는 안되고,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를 일회성 비판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아울러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의 사전타당성조사 용역비 10억 반영이 시급하다. 새만금은 서울의 68%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지만 녹지율은 0.56%에 그친다. 이미 매립률이 48%를 넘어서며 생태적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그린인프라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수목원을 새만금의 생태기반과 지역경제를 지탱할 ‘핵심 녹색산업 인프라’로 조성해야 한다.
산림청은 ‘수목원정원법’이 명시한 권역별 국가정원 확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순천과 울산에 이어 서해안권 중심인 새만금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전북의 산림자원 산업화를 견인할 ‘국립지덕권산림약용작물산업단지’ 조성 역시 지역경제 자생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다. 진안·장수 일대는 약용작물의 최적지로, 세계적 웰니스 산업 흐름에 부응할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새만금사업의 본질은 ‘국가균형발전’이다.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고 지역은 구경만 하는 구조라면, 새만금의 의미는 사라진다. 지역의 땅에서 벌어지는 사업에는 반드시 지역의 기업과 노동이 함께해야 한다. 산림청은 새만금수목원의 발주·감독권자로서 책임 있는 재검토에 나서고, 전북 정치권은 법과 예산으로 지역업체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