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하계올림픽 유치전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북도가 추진 중인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이 3개월 연기되면서 올림픽 유치 전략의 허술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구나 새만금국제신공항 사업은 법원의 제동으로 좌초 위기에 놓이며 올림픽 개최의 필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균형 발전’과 ‘지역 분권’을 앞세워 수도권 독점을 깨겠다는 야심 찬 출발과 달리, 불과 7개월 만에 현실의 벽 앞에 선 것이다.
전북도는 조사 기간 연장의 이유로 ‘계획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애초부터 계획의 체계성과 전문성이 부족했음을 자인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사전 검토와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정치적 구호와 지역 감정에 기대어 ‘속도전’으로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의 혼란이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 사업에 대한 법원의 부정적 판단은 타당성 조사 지연보다 더 심각한 경고다. 법원은 환경영향평가와 조류 충돌 위험성 검토가 부실했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국제행사 기반시설로서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결정이다. 항공 접근성은 국제올림픽 유치의 핵심 요건임에도 전북도는 이를 충분히 검증하거나 대체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잼버리 파행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졸속 행정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대형 국제행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 비전과 직결되는 국가적 메가 사업이다. 그런데도 도는 올림픽 유치라는 거대한 구상 아래 절차적 정의와 투명성을 도외시하고 있다. 도민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행정 주도로 일정을 조정하고 법적 리스크가 예견된 사업을 ‘정치적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라 보기 어렵다. 이는 과거 그리스 아테네와 브라질 리우, 일본 도쿄올림픽 사례에서 보듯 과도한 투자와 부실한 관리가 초래한 재정 파탄의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과 냉정한 재점검이다. ‘올림픽 유치’라는 거대 담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이 정의롭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올림픽 개최가 지역 전체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가, 막대한 예산이 일부 특권층의 이익으로 돌아가지는 않는가, 환경 파괴와 재정 부담을 감내할 이유가 충분한가를 따져야 한다.
도민이 납득할 수 있는 근거와 절차 없이는 그 어떤 대의명분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타당성 조사를 연장한 이상, 전북도는 이번 기회를 ‘시간 벌기’가 아닌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새만금 신공항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제시하고, 올림픽 유치가 지역 균형 발전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민과의 공감대 형성과 정보 공개를 통해 ‘정의로운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허술한 준비와 불투명한 행정이 반복된다면 전북의 꿈은 또다시 구호로 끝날 뿐이다. 진정한 성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 달려 있다. 올림픽 유치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닌,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출발점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근본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