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공직사회가 인사 문제로 심각한 도덕적 위기에 직면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이 자신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를 시 산하 기관인 전주시설관리공단 고위 임원으로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측근 챙기기 인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사적 보은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공정의 붕괴’에 있다. 해당 인사는 5급 이상 공무원 경력이라는 명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추천위원회가 자의적으로 ‘기타 이에 준하는 자격’ 조항을 적용해 합격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으로, 공공기관 인사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일탈 행위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임용돼야 할 자리를 시장의 의중에 따라 배분하는 행태는 인사의 원칙과 민주적 행정의 근본 정신을 훼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초에도 우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이 같은 공단의 5급 임기제 팀장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반복되는 ‘보은 인사’는 우연이 아니라 체계적 관행으로 굳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공직사회의 신뢰, 특히 전체 구성원들에게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인사의 신뢰는 공정한 절차와 투명한 기준에서 비롯된다. 시장이 이를 무너뜨린다면, 전주시 행정 전체가 불신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고 시장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
시민사회의 분노는 당연하다. 이번 인사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허울뿐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각인시켰다. 수많은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공직의 문턱을 넘으려 애쓰는 동안, 일부 권력자의 측근이 예외 조항에 기대어 특혜를 누린다면, 누가 행정의 정의를 믿겠는가. 시민의 신뢰를 잃은 공직사회는 더 이상 공공의 이름으로 존재할 수 없다.
우범기 시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격 미달 인사의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시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자의적으로 규정을 왜곡해 불공정 인사를 단행한 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공공기관 인사 시스템이 시장의 의중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임용 절차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투명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행정은 권력이 아니라 신뢰로 운영되어야 한다. 인사는 그 신뢰의 상징이자, 출발점이다. 시장의 권한은 시민이 위임한 공적 책무이지, 사적 인맥을 보은하는 도구가 아니다. 공정과 원칙이 무너진 행정은 결국 시민의 지탄과 정치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우범기 시장이 공직자로서의 기본 책무를 되돌아보고, 전주시 행정 전반에 만연한 인사 적폐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측근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지키는 데서 출발한다. 그 점을 망각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친다 해도 시정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