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임추모공원 사태의 본질은 전북 행정의 실패다
    • 김관춘 칼럼 / 주필
    • 전주 자임추모공원 사태가 끝내 해를 넘기며 장기 미제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마땅히 지역 안에서 해결됐어야 할 문제가 유가족들의 서울 상경 투쟁으로까지 번진 현실은, 전북 행정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내 부모, 내 형제가 잠든 곳에 마음 놓고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절박한 요구를 지역 행정이 외면한 결과가 ‘상경 투쟁’이라는 비극적 선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행정이 책임을 방기할 때, 시민의 존엄이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사태가 특히 심각한 이유는, 전북에서만 유독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추모공원 분쟁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행정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로 비교적 조기에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전북에서는 이 문제가 ‘최대 규모·최장기 미제’라는 불명예를 안은 채 방치되고 있다.

      이는 법적 근거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 해결하려는 의지, 결단하려는 책임감의 부재 때문이다. “전례가 없다”는 말은 행정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전례는 만드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지, 회피의 구실이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명백한 불법이 ‘민사 분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임추모공원 시설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는 장사법상 운영 허가를 받지 못한 무허가 상태다. 무자격 주체가 추모 시설을 점거한 채 유가족의 출입을 막고, 유골을 사실상 볼모로 삼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불법 점거이자 공공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그럼에도 전북도와 전주시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손을 놓고 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법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행정인가. 행정의 존재 이유는 사법 판단 이전에 시민의 기본권과 공공성을 지키는 데 있다. 법원의 최종 판결 이전에도 행정은 불법 상태를 바로잡고, 공공질서를 회복할 충분한 수단과 책무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도와 전주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사법부의 시간표에 떠넘기고 있다. 이는 신중함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유가족을 더욱 절망하게 만드는 것은 실질적 대안 없는 형식적 면담의 반복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어진 면담에서 행정 책임자들이 내놓은 답은 “법적으로 어렵다”, “검토해 보겠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대안 없는 만남은 소통이 아니라 면피다. 문제 해결 의지 없는 접촉은 오히려 유가족에게 헛된 기대만 심어주는 잔인한 행정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번 사태가 전북 행정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책임 회피 관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사안이 복잡해질수록, 이해관계자가 늘어날수록 행정은 판단을 유보하고 시간 뒤에 숨는 선택을 반복해 왔다. 그 사이 시민의 고통은 누적되고,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바로 그 악순환이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소극 행정이 전례로 굳어질 경우의 파장이다. 자임추모공원 사태가 ‘어쩔 수 없는 특수 사례’로 정리된다면, 앞으로 전북에서 발생할 유사한 공공 갈등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불법이 장기화되면 기정사실이 되고, 행정의 무대응은 또 다른 무책임의 명분이 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자임추모공원 사태의 책임은 분명하다. 애초의 인허가 과정과 관리·감독 부실이 오늘의 혼란을 낳았다. 인허가권자인 행정 당국은 그 책임을 인정하고, 도의적·실질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더 이상 ‘사적 분쟁’이라는 말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무허가 업체의 불법 점거와 출입 방해 행위에 대해 모든 법적·행정적 권한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고, 추모공원을 유족의 품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서울로 향한 유가족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다. 그것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해 온 전북 행정을 향한 가장 슬프고도 무거운 경고다. 이 경고를 외면한다면 전북 행정은 ‘전국 유일의 실패 사례’라는 오명을 스스로 확정짓게 될 것이다. 시민의 존엄을 지키지 못하는 행정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추모 시설은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 기억과 존엄이 교차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이 공간이 무허가 업체의 이해관계에 종속되고, 행정의 무책임 속에 방치된다면, 이는 한 지역의 행정 수준을 넘어 사회의 품격을 묻는 문제로 확장된다. 전북 행정이 이 사태를 끝내 바로잡지 못한다면, 남는 것은 해결 실패의 기록과 행정 불신이라는 깊은 상처뿐이다.

      이제 ‘검토’의 시간은 끝났다. 필요한 것은 보고서가 아니라 결단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해서도 안 된다. 유족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 거액의 보상도, 특혜도 아니다. 보고 싶을 때 가족을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 추모의 일상이 회복되는 정상적인 환경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이를 금전적 갈등이나 사적 분쟁으로 축소하는 시도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행정 책임을 가리려는 또 다른 회피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더 이상 시간을 끄는 선택이 곧 또 다른 책임 방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임추모공원 사태는 해결 여부에 따라 전북 행정이 시민의 편에 서 있는지, 아니면 무책임의 역사 속에 남을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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