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전북특별자치도정을 이끌 이원택 도지사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200조 원 규모 AI·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이 도정 출범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을 상징하던 대표 공약이 현실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200조라는 숫자 자체에 있지 않다. 도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거대한 숫자가 아니라 전북 경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비전이었다. 그러나 공약의 핵심 전제로 거론됐던 대규모 반도체 투자 유치 가능성이 낮아지고, 인수위원회 내부에서조차 공약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선거는 약속의 과정이다. 특히 도지사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은 단순한 희망사항이 아니라 향후 도정을 운영할 정책 계약서와도 같다. 따라서 선거가 끝나자마자 공약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다면 도민들은 당연히 그 근거와 추진 가능성을 묻게 된다. 공약이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쳐 마련됐는지, 기업과의 교감은 어느 정도였는지, 실제 실행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 단계에서 성급하게 실패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대응이다. 당선인과 인수위는 현실 여건 변화에 따라 계획을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약을 유지할 것이라면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그 이유와 대안을 도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
민선 9기 도정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민의 평가는 이미 시작됐다. 전북이 필요한 것은 허황된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성장 전략이다. 거대한 숫자가 주는 화려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약속에 대한 책임감과 신뢰다. 이원택 당선인이 지금 보여줘야 할 리더십 역시 공약의 규모가 아니라 공약을 대하는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