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UPDATED.2026년 11월 05일 | l l 지면보기 |
엊그제 같지만 오랜 과거가 되고 만, 고3 시절에 대입시험 준비를 하며 제일 흥미도 없고 그 원리와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어 대충 넘어가며 성적도 오락가락하던 수학 과목이었다. 그 한 과목에서 실패를 해도 합격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안일함으로 입시에서 뜻하지 않게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이후 부득이 재수의 길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수학에 매달린 결과 그 원수 같은 수학을 나름대로 정복하고 그 다음해인 68년도에는 원하는 학과에 계열수석이라는 과분한 결과로 쉽게 입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수학과는 이별이라고 기뻐했지만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그 해 신설된 교양학부가 서울공대 컴퍼스내 광산학과 건물이 있던 공릉동 산 구석이라 그 옆 서울여대 뒷산 아래에 하숙을 정하고 서울 속 시골생활을 하게 된 것부터가 마땅찮았다. 학생시위를 막고자 동숭동이 아닌 산골로 1학년들을 보낸 당시 군사정부의 의도가 괘씸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수강신청을 하려 보니 그 웬수 같은 수학이 교양필수 과목이었다. 정말 욕이 튀어나왔지만 을의 처지라서 별수 없이 강의를 듣는데 처음부터 미분 적분이 나왔다. 왜 이걸 문과학생이 필수로 배워야 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이런 대학교 같지도 않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다. 외국유학이라도 갈 처지였다면 당연히 떠났겠지만 사정이 안 되는지라 아까운 세월을 아무 것도 없는 산골에서 미적분 풀고 지냈고 그 동네의 문화생활이라는 것은 당구나 바둑뿐이었다. 나로서는 거기에 별 흥미를 못 느껴 자주 시내에 나가서 영화를 보거나 술을 마시고 북한산에 오르며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급조된 도서실에 책도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과 ‘시지프스의 신화’가 제목이 그럴 듯 해서 읽은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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