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어느덧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부정선거는 팩트입니다. 부정선거는 저질러졌고, 범죄자는 처단해야 합니다.”
이 말만 보면 ‘명태균 황금폰’으로 드러난, 2022년 대선 당시 국민의힘 내부 경선 내지 2000년과 2024년 총선 당시 공천 관련 부정선거를 폭로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발언은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박근혜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가 2024년 12월 19일 국회에서 행한 기자회견의 일부다. 그는 계속한다.
“선관위의 부정선거 주동자 여러분, 그동안 남모르게 자행해 왔던 선거 조작이 대통령의 특단 조치로 인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포렌식으로 모든 것이 다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부분을 보는 순간, 나는 ‘햐~’라며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돈, 남 말 하네’란 속담이 떠올랐다. 섬뜩했던 1980년대의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은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를 비호하고 “부정선거는 팩트”라 강변한다. 이렇게 되면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가 오히려 ‘가짜뉴스’로 둔갑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 돌아가신 어머니 식으로, ‘콧구멍이 두 개니까 숨을 쉬지!’
한심하게도, 아니, 지당하게도, 12·3 내란 비호 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황교안에게 기자회견장을 제공했다. 야당과 일반 시민들은 “국민의힘이 의도적으로 황 전 총리에게 판을 깔아준 것” 또는 “황당한 부정선거론과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라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행히 2024년 마지막 날 오전 9시쯤 윤석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제 내란수괴 체포와 구속의 시간! 윤석열은 형법상 내란의 주체요, 헌법상 파면 대상이다. 이어 같은 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권영세 (국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 대표가 만나 국정협의체를 운영, 12월 29일 발생한 인재(人災)인 ‘제주항공 참사’ 수습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그러나 흔히 말하듯,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 도대체 언제가 끝인가? 만일 민주주의를 ‘제도’의 관점(예: 헌재 판결)이 아닌 ‘과정’의 관점에서 본다면, 솔직히 ‘끝’은 없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우리가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 즉, 민주주의는 늘 깨어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과정이다.
한편, 12·3 내란 사태를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한다. 그것은 윤석열이 12월 3일 밤 10시 25분쯤 비상계엄을 발동했을 때의 ‘선포문’엔 없던 것이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뒤 발표한) 일종의 ‘변명문’엔 새로 등장했다는 점! 바로 ‘부정선거론’이다.
일단 그 선포문(12월 3일)부터 보자.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뒤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그리하여, 최근 공개된 처럼, 게임의 패자들은 모두 몰살당할 뻔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국회의원과 그 보좌진들, 깨어 있는 시민들의 행동하는 양심이 힘을 합쳐 3시간도 채 안 돼 12·3 비상계엄을 조기 해제시켰다. ‘민중의 힘’이자,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천만 다행이다. 당황한 윤석열은 12월 4일 오전 4시경 공식 ‘해제 선포’를 했다. 그럼에도 국민적 불안과 저항이 이어지자 12월 7일엔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의 내용은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비록 영혼이 담기지 않았으나 사과는 사과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분노하고 저항하며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내란 수괴’에 대한 탄핵이 거듭 추진되자 12월 12일 마침내 ‘변명문’을 발표한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이상한 게 ‘툭~’ 튀어 나온다.
“하지만, 제가 비상계엄이라는 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 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운을 뗀 뒤 윤석열은 이렇게 말한다. “작년(2023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 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 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 점검하고자 했습니다.” 앞서 말한 ‘부정선거론’이 튀어나온 것!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 완강히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 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 국정원의 점검을 받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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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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