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지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시 한번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오랜 숙원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바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는 중대한 어젠다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역 발전과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했던 성과를 감안할 때, 그 연장선에서 추진될 2차 이전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핵심 전략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2차 이전 논의는 여러 가지 정치적, 행정적 이유로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특히 지역 간 유치 경쟁의 과열, 수도권 반발 등의 요인이 주된 장애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시간이다. 인구절벽,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위기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한계에 다다르며, 지방의 경쟁력 회복과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왔다.
수도권 일극주의는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과 인근 지역에 집중된 인프라와 자원은 지방의 공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산업과 인구 유입의 동력을 제공하는 촉매제가 된다. 이는 일자리 창출, 교육 및 문화 인프라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미 부산, 대전, 광주 등 주요 혁신 도시들은 이러한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부산은 산업은행 본사 이전 논의를 선도하며 지역 금융 허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세종시는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 공약이 발표되며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는 공공기관 이전이 단순한 이전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정체성과 발전 전략을 재편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전북은 이 흐름에서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전북자치도는 지난 2023년 ‘공공기관유치추진단’을 발족해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한식진흥원,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54개 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용역 결과를 기다리며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른 지역들이 활발하게 정치권, 산업계, 시민사회와 연대하며 공약 반영과 여론 형성에 힘을 쏟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북은 식품, 농업, 생명 산업 등에서 독보적인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다. 이러한 특화 산업에 맞는 공공기관의 유치는 단순한 기관 이전을 넘어, 해당 산업 생태계 전반의 고도화와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농협중앙회나 한식진흥원 같은 기관의 유치는 전북의 정체성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지역산업을 이끄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전북도와 정치권, 지역 사회가 좀 더 공세적인 자세로 나설 때다. 도민의 민의를 담은 명확한 메시지를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공약으로 채택시켜 실질적인 실행력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미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공식 공약으로 내세웠고,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또한 발표했다. 이는 타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결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상생의 전략이다. 특정 지역만의 이익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수도권 중심의 구조가 아니라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하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 바로 공공기관 2차 이전이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단순히 ‘기관을 옮긴다'는 걸 넘어서 여러 가지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수도권의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 정치 행정의 효율성 제고, 사회적 통합과 갈등 완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정 지역만 발전하는 건 장기적으로 국가 전체 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 전국이 골고루 발전해야 다양한 산업과 인재가 나오고, 위기에 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공기관 이전은 대한민국 전체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 과정이 쉽지 않아서 기관의 기능 약화, 직원 이탈, 지역 정착 실패 같은 문제도 같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6·3 대선은 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각 지역의 공공기관 유치 노력이 공약화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 역시 지역 간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 전체의 비전을 조율하는 중재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들도 공공기관 이전 논의가 단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대선이 수도권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의 새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머뭇거림이 아닌 과감한 추진으로 국민에게 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