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이 드디어 전북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릴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한때 ‘바람만 부는 허허벌판’이라고 무시당하고 조롱받던 새만금이 교통·물류·관광·생태가 유기적으로 엮인 복합산업지로 탈바꿈하며, 대한민국 서해안의 새로운 중심지로 비상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고속도로·항만·수목원 등 대형 국가 프로젝트들이 잇달아 완공 시점에 접어들면서, 새만금은 단순한 지역개발을 넘어 전북의 미래 100년을 설계하는 국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11월에 개통되는 새만금~전주 고속도로는 전북의 공간적 제약을 단숨에 해소할 교통혁명으로 평가된다. 총사업비 2조 7,424억 원이 투입된 이 도로는 15년의 긴 공사 끝에 완주에서 새만금까지 기존 76분 걸리던 이동 시간을 33분으로 단축시킨다. 총연장 55.1km 구간에는 4개 분기점, 3개 나들목, 2개 휴게소가 설치되며, 김제시 흥사동에 들어서는 김제휴게소는 3만6천㎡의 부지에 전기차 충전소 7기를 갖춘 친환경 시설로 조성된다.
이 노선은 서해안선, 호남선, 익산장수선 등과 연결돼 국가 간선도로망의 핵심축을 형성하며, 새만금에서 내륙을 잇는 ‘경제 동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동시간 단축을 넘어 산업단지 물류 효율화, 관광 접근성 향상, 기업 투자유치 기반 조성 등 다층적 효과를 낳게 된다.
이어 2026년 하반기 개항을 앞둔 새만금 신항만은 전북 해양물류의 새로운 관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2040년까지 총 3조 2,476억 원이 투입돼 9선석, 451만㎡ 배후부지를 갖춘 대규모 항만으로 조성되는 이곳은 해상풍력, 수소에너지, 첨단 제조 등 미래 신산업의 수출입 거점이 될 전망이다. 이미 1-1단계 공정은 88% 완료됐으며, 항만 운영사로 CJ·선광·세방·동방 등이 참여한 ‘새만금신항만㈜’이 선정됐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5월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통합해 ‘One-Port’ 체계를 확정한 것은 항만 간 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물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이었다. 전북자치도는 이 신항을 중심으로 수소산업, 식품클러스터, 관광허브를 연계한 복합경제벨트를 구축하고, 48.2km 구간의 인입철도와 크루즈터미널까지 연계해 미래형 복합항만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새만금의 생태적 상징이 될 국립새만금수목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7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삼은 이 사업은 총면적 151ha, 사업비 2,087억 원 규모로 현재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국내 최초의 ‘해안형 수목원’으로, 간척지 생태복원과 해안식물 연구의 중심지로 조성된다. 17개의 전시원과 북서풍을 막는 방풍림, 관람데크, 생태전시관 등이 들어서며, 새만금이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닌 ‘지속가능한 녹색생태 도시’로 도약하는 상징적 거점이 될 것이다. 전체 공정의 34%가 이미 완료됐으며, 완공 이후에는 생태교육, 환경연구, 관광이 어우러진 고품격 친환경 명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관광과 레저 부문에서도 새만금의 변화는 눈에 띈다. 전북도는 새만금 신항 주변에 광역해양레저체험복합단지를 조성하고, 크루즈 관광 기반시설을 확충 중이다. 국제여객·크루즈터미널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며, 387억 원을 투입해 요트·수상스키·웨이크보드 등 해양레포츠 중심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미 새만금컵 국제요트대회가 세계적 해양스포츠로 자리 잡으며 새만금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새만금은 산업과 관광, 생태와 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해양경제권으로 재탄생하고 있어 전북 도민들에게 한껏 기대감을 안겨주고 있다.
결국 새만금의 성공은 ‘속도와 방향’에 달려 있다. 그동안 새만금 개발은 잦은 정책 변경과 부처 간 조정 실패로 지연과 좌초를 반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프라 완성 단계와 함께 RE100 기반 산업단지, 글로벌 메가샌드박스 구축 등 구체적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정부와 전북자치도는 행정절차 단순화, 투자유치 인센티브 확대, 규제특구 지정 등을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항만-공항-도로-산단을 연결하는 ‘원패스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소·이차전지·바이오 등 신성장산업과 연계해 새만금을 동북아 첨단산업의 테스트베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더 이상 미완의 꿈이 아니다. 오랜 세월 천덕꾸러기 서자 취급을 받던 설움도 일거게 날려 버릴 것이다. 교통, 물류, 생태의 삼박자가 맞춰지며, 전북의 산업 구조를 새롭게 설계할 국가 프로젝트로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행’과 ‘지속가능한 관리’다. 인프라가 완성되면 그 위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 어떻게 지역민과 상생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뒤따라야 한다.
새만금이 서해안 중심지로 우뚝 서는 날, 그것은 단지 전북이라는 한 지역의 성취가 아니라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되는 순간일 것이다. 실로 오랜 시간, 시계 제로의 안개 속에서 헤매던 그 순간이 드디어 가시권 안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