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김관영 도지사가 발표한 ‘자치권 강화와 특례 확대, 3특 추진 전략’은 단순한 지역 비전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실질적 로드맵을 담고 있다. 전북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변모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 전체의 균형성장 구조에 어떤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3특’은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 속에서 지역별 특화와 자율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제도다. 전북은 이 ‘3특’ 체계 안에서 가장 많은 특례와 제도적 기반을 확보한 지역 중 하나다. 전북특별법을 기반으로 무려 333개의 특례를 확보했다는 점은 결코 가벼운 숫자가 아니다. 이는 전북이 스스로 자치 역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는 뜻이고, 동시에 전국에서 가장 완결된 형태의 ‘지역 실험공간’, 즉 정책 테스트베드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북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특화 성장의 실질적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새만금고용특구, 농생명산업지구 등 총 4개의 특구 지정은 산업적 기반 구축을 넘어, 지역의 성장 방향을 전략적으로 설계한 사례에 가깝다. 특히 고창의 ‘사시사철 김치특화산업지구’는 단일 품목을 넘어 지역 농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절임 배추의 연중 공급체계 구축, 기술 이전과 산업화 MOU 등을 통해 지역 소득과 산업을 연계한 이 모델은 전북형 지역특화산업의 원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북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전북특별법 일부 개정 또한 중요한 지점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전북은 국가보조금 차등 보조율 적용, 법인세 감면 등 강력한 재정 특례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예산 혜택이 아니라, 기업이 실제로 전북을 선택할 경제적 이유를 만들어내는 조치다. 5대 핵심산업의 육성, 투자유치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은 결국 전북이 ‘기업이 먼저 찾아오는 지역’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전북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북은 이미 타 특별자치시·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중앙정부와의 조율을 확대하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정부 부처와의 협의 과정은 특례의 발굴과 제도화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이 스스로 성장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 이른바 ‘진짜 자치’의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이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북의 미래가 스스로 찾아오거나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균형발전은 선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특례는 제대로 활용될 때 실제 성과로 이어진다. 결국 관건은 전북이 특례를 어떻게 실질적 산업 성장·기업 활동·지역소득 구조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의 기반 위에 현실적 성과가 쌓이지 않으면 특별자치도 체제는 ‘종이 위의 자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전북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는 ‘특례 확보’라는 1단계를 넘어, 전북만의 혁신 정책을 실험하고 검증하며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2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 특례와 재정 특례를 활용해 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지역 맞춤형 산업정책을 설계해 전북이 ‘기업 활동의 테스트베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책의 실질적 효과가 현장에서 확인되고, 여기에 안정적 지원 체계가 더해질 때, 비로소 기업은 전북을 기회 공간으로 인식하며 찾아오게 된다.
특히 농생명 산업,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첨단 제조, 새만금 기반 산업 등은 전북이 이미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여기에 김치특화지구와 같은 지역 기반 산업 모델이 더해진다면, 전북은 산업적 다변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러한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전북은 단순한 지방도시가 아니라, 국가균형성장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전국 단위의 정책 실험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다.
국가균형성장은 단순한 지역발전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일극체제의 해소, 국가 산업구조의 다변화, 지역 기반 신성장동력의 창출 등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의 핵심 과제다. 전북이 제시한 3특 전략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의 하나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전북이 성과를 내면 다른 지역도 뒤따르고, 그 결과, 국가는 더욱 견고한 균형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김관영 도지사가 국회에서 강조한 메시지는 그래서 더 큰 무게감을 갖는다. “지방이 스스로 성장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 그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고 한 이 발언은 전북만을 위한 말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넘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짚어낸 선언이다.
전북이 지금의 특례와 제도를 실질적 성과로 만들어 낸다면, 전북은 분명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표준모델로 타 시도의 관심을 사로잡을 것이다. 더 많은 기업이 전북을 실험공간이 아닌 기회의 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의 과감한 시도와 지속 가능한 전략이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