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서남권을 대상으로 신사업 전진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천억 원을 투자하고, 그중 50조5천억 원을 피지컬AI·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번 계획은 단순한 사업 검토가 아니라 산업지도의 대전환을 동반할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수소 생산기지와 AI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의 최우선 입지로 전남북 서남해안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은 전북에 그 어느 때보다 절호의 기회일 수 있는 막중한 과제를 던져준다.
전북은 이미 재생에너지와 그린에너지 기반이 풍부한 지역이며, 인공지능·로봇 산업의 신성장 축을 구축하기에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잠재력만으로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는 끝났다. 글로벌 초대기업의 투자 방향은 속도와 확실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전북이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지역사회가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기업은 언제든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이미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충으로 현대차 투자를 준비하고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만들겠다”고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전북은 불과 얼마 전, 새만금에 좋은 유치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국책사업인 인공태양 시설을 두 눈 부릅뜨고도 전남 나주에 빼앗긴 사실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원택 국회의원이 “현대차 피지컬AI 전진기지 건설은 폭발성이 강한 혁신 인프라이자 전북 발전의 역사적 기회”라고 강조한 발언은 결코 정치적 수사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전북이 마주한 상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전북은 분명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릴 잠재력을 지녔지만, 기회를 제때 붙잡지 못한다면 타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역소멸 위기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이 의원의 경고는 현실적이고도 무겁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신사업 투자는 단순한 기업 활동이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AI·로봇 산업 육성, 그린에너지 생태계 구축, 미래형 제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함께 얽힌 대전략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선점하는 지역만이 미래 10년, 더 나아가 30년의 경제 지형을 주도하게 된다. 전북이 이러한 흐름을 놓친다면 현대차그룹 하나를 잃은 것을 넘어,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총력 대응 요구는 더욱 절실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정치권·지자체·산업계·지역사회 모두가 당파와 이해관계를 넘어선 ‘초당적 총력 대응’이다. 전북은 더 이상 “기회가 왔지만 준비가 안 되어 놓친 지역”이라는 오명을 반복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과 같은 초일류 글로벌기업의 신사업 투자가 전북을 향해 시그널을 보내고 있을 때, 지역은 단 한 순간의 주저함도, 내부 갈등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전북의 결단뿐이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