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기업들을 향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역을 주목하라”고 주문한 것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분명한 신호이며, 한국 산업지도의 축을 다시 그리라는 메시지다. 특히 재생에너지 기반이 전국 최고 수준인 전북에게는 더없는 결정적 호기다. 이 신호를 읽고도 움직이지 못한다면, 전북은 또다시 국가 산업 변화의 주변부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안호영 의원이 최근 강조한 대로, 이는 사실상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산업 재편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국정기조 변화다. 그동안 전북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송전망 구조의 한계와 수도권 편중 산업정책 탓에 산업 유치 경쟁에서 번번이 소외돼 왔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생태계’라는 방향을 제시한 이상, 전북의 강점은 기업을 끌어올 실질적 경쟁력이 된다. RE100 이행 압박이 커지는 글로벌 산업 환경에서, 태양광·풍력의 최적지인 전북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안 의원이 제기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 가능성’ 논의 역시 결코 허황된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수도권 송전망 포화와 지역 주민 갈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접근성과 부지 확보 부담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합리적 선택이다.
안 의원은 실제로 송전탑 갈등 해법 토론회와 대통령실 면담을 통해 전북 도민의 에너지 전환 요구와 송전망 개편 필요성을 정부에 직접 전달한 바 있다.
전북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첫째, 새만금 RE100 산업단지의 실효성을 실제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가능성’을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재생에너지 전용 전력계통, 안정적 송전 인프라, 역대급 속도의 인허가 패키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송전탑 갈등 해결을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민원을 관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산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지역 이익 공유 모델을 결합해 ‘전북형 에너지-산업 상생 전략’을 완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와 행정의 실행력이다. 안 의원의 지적대로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1% 가능성이 아니라 99% 책임지는 정치”는 전북이 가져야 할 태도다. 반도체 산업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을 유치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간 지역의 고용·인구·기술·세수·교육 체계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다. 수도권 중심 전략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전북이 산업지도를 다시 그릴 유일한 골든타임이다.
곧 대통령의 전북 타운홀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가 송전망 갈등 해결과 RE100 기반 반도체 기업 유치의 전환점이 되도록 전북은 적극 대응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구상에 호응하는 수준을 넘어 전북이 먼저 산업지도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더는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통하지 않는다. 기회는 준비된 지역의 몫이다. 반도체 기업이 전북에 오도록 만드는 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