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의 심장 현대로템, 왜 무주인가
    • 김관춘 칼럼
    •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도시민들에게 힐링 명소로 사랑을 받아 온 무주군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덕유산 자락의 청정 자연과 관광·휴양지 이미지로 각인돼 온 무주군에, 이제는 초음속·극초음속을 다루는 첨단 항공우주 산업의 심장이 들어선다. 전북 동부권이 산업지형을 바꾸는 대전환의 출발선에 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현대로템과 무주군 일원에 종합 항공우주 생산기지를 조성하는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76만 330㎡, 축구장 107개에 달하는 부지에 올해부터 2034년까지 약 3,000억 원이 단계적으로 투입되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현대로템의 무주 투자는 단순한 공장 신설이 아니라 연구개발–시제품 제작–시험·검증–양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R&D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지다. 관광의 도시가 기술의 도시로, 휴양의 공간이 미래산업의 전초기지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이번 기지의 핵심은 초음속 덕티드 램제트 엔진, 극초음속 이중램제트 엔진,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생산이다. 덕티드 램제트는 공기 흡입 방식으로 작동해 고효율·장거리 비행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추진기관으로, 미래 전장의 판도를 좌우할 전략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방산분야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무주에서 본격화한다는 점은 상징성을 넘어 국가 전략 차원의 의미를 지닌다. 방산 경쟁력 강화는 물론, 유도무기 체계 고도화와 수출 확대라는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

      무주가 ‘관광’을 넘어 ‘첨단 항공우주’ 도시로 도약하는 배경에는 전북자치도의 동부권 균형발전 전략이 있다. 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동부권에 적합한 신산업 모델을 찾기 위해 도와 군은 후보지 발굴 단계부터 기업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

      지리적 여건과 확장 가능성, 적극적인 행정 지원 의지를 결합해 최종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대기업 유치 전략이 결실을 맺은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형성되고 있는 국가적 흐름도 무주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출범한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우주정책 지원 체계가 강화되고, 위성·발사체·추진기관 분야 R&D 투자가 확대되면서 항공우주 산업은 새로운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이러한 시점에 전북 동부권에 종합 생산기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우주·방산 전략과 맞물린 구조적 재편의 신호탄이다.

      경제적 파급 효과 역시 적지 않다.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는 R&D 기지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협력업체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연쇄 이전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대학과의 산학협력, 전문 인력 양성 체계 구축으로 이어지며 산업 생태계를 확장시킨다.

      전북 동부권은 물론 도내 청년들이 굳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첨단 산업 현장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관광과 농업 중심 구조에 머물렀던 지역 경제가 고부가가치 제조·연구 산업으로 다변화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대규모 산업시설 조성에 따른 환경 관리, 지역사회와의 상생, 안정적 인력 수급, 장기적 기술 경쟁력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단순한 ‘공장 유치’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역량을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행정적·재정적 지원은 물론, 규제 개선과 인프라 확충,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이번 투자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촘촘히 다지는 일도 중요하다. 항공우주 특화 산업단지 지정, 세제 지원과 연구개발 보조금 확대, 전문 인력 정주 여건 개선 등 종합 패키지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지역 대학과 직업계고,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맞춤형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 기업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생산기지가 단순 조립·가공 기지를 넘어 원천기술을 축적하는 혁신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나아가 방산·우주 분야 스타트업과 강소기업을 끌어들이는 클러스터 전략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다층화해야 한다. 무주에서 시작된 변화가 동부권 전역으로 확산될 때, 비로소 전북의 균형발전은 선언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현대로템은 일찍부터 K2 전차 수출 등으로 K-방산의 위상을 끌어올린 국내 굴지의 대표 방산기업이자, 최근 항공우주 분야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무주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전북이 더 이상 변방이 아님을 말해 준다. 첩첩이 산이요, 골골이 물인 심산유곡의 고요함 속에서 초음속과 극초음속의 기술이 태동하는 역설적 장면은, 곧 전북 산업지형의 미래를 상징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작’ 이후다. 무주 항공우주 생산기지가 전북 동부권 균형발전의 상징을 넘어,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실질적 심장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 도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군과 기업과 지역사회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휴양 관광의 도시 무주가 첨단 과학기술의 도시로 재탄생하는 이 도전이 차질 없이 추진돼 성공한다면, 전북은 다시 한번 새로운 성장 서사를 써 내려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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