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나오셨습니다”의 시대
    • 배해수 / 무형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고고인류학 박사
    • - 편리함과 친절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언어의 품위


      언어는 살아 움직인다. 시대에 따라 변하고, 세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말의 변화 앞에서 묘한 어색함을 느끼곤 한다. 식당에서 흔히 듣는 “고객님, 말씀 주신 자장면 나오셨습니다”라는 표현도 그렇다. 듣다 보면 익숙해지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어디선가 자꾸 걸린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장면”보다 “짜장면”이 더 입에 붙는다고 말한다. 원래 표기법상으로는 자장면이 맞다고 배웠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대부분 짜장면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이다. 마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듯, 사람들은 자장면이라는 표현을 어색해했다. 결국 국립국어원도 현실 언어생활을 인정해 두 표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언어는 규칙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살아 움직인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말씀하신 자장면 나왔습니다” 정도면 자연스러울 문장이 어느새 “말씀 주신 자장면 나오셨습니다”가 되었다. 주문한 음식에까지 존칭을 붙이는 표현은 이제 낯설지 않다. 커피가 “나오셨고”, 빵도 “준비되셨다.” 사람을 높이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사물까지 무조건 높이는 것이 과연 예의일까. 존칭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지, 모든 대상에 붙이는 장식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언어의 변화는 세대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한때 전라도의 “거시기”, “머시기” 같은 말에는 놀라운 공동체적 감각이 담겨 있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듣는 생활의 호흡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방언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대신 영어와 한글을 섞은 줄임말, 문장 앞부분만 떼어 만든 신조어들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또 금세 사라진다. 유행은 빠르지만 생명력은 짧다.

      그 변화 속에서 언어적 소외감을 느끼는 세대도 적지 않다. 중년층은 젊은 세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고, 어렵게 익혀 써 보아도 오히려 어색하다는 반응을 듣기 쉽다. 반대로 젊은 세대는 고사성어나 점잖은 표현을 쓰면 “꼰대 같다”고 말한다. 언어가 세대를 구분하는 작은 울타리가 되어가는 셈이다.

      요즘 인터뷰를 보다 보면 자주 들리는 표현이 있다. “그런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다. 질문이 무엇이든 마지막은 대개 “것 같습니다”로 끝난다. 물론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자기 생각을 지나치게 뒤로 숨기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보다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분명하고 힘이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또렷하게 표현하는 태도 또한 언어의 중요한 역할이다.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가장 위대한 공동체의 기술이다. 말 한마디에는 그 사회의 감각과 태도, 세대의 분위기가 담겨 있다. 새로운 표현이 만들어지는 일 자체를 탓할 필요는 없다. 다만 변화 속에서도 말의 정확함과 마음의 진정성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같은 어색한 존칭보다, 따뜻한 눈빛으로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더 품위 있고 아름다운 언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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