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는 전쟁과 축제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리는 축구 월드컵에는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새로운 불안의 불씨가 되고 있다. 기쁨과 비극이 한 시대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전쟁은 더 이상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북한군 병사들이 참전해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중동의 포성은 원유 공급과 국제 금융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분쟁은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세계를 뒤흔든다. 그것은 바다를 스쳐 지나가는 파도가 아니라, 대륙 전체의 지반을 흔드는 거대한 지진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대한민국 역시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나라라는 점이다.
1950년 시작된 한국전쟁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총성이 멈추었을 뿐, 법적으로는 종전되지 않았다. 우리는 평화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아니다. 전쟁을 끝낸 나라가 아니라 전쟁을 잠시 멈춘 나라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금도 휴전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남과 북이 본래 하나의 민족 공동체라는 역사적 인식을 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마치 서로 다른 두 국가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전쟁은 어느 한쪽의 승리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가 아니다. 승전국도 깊은 상처와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패전국은 오랜 세월 폐허를 복구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도시들과 중동의 참상이 이를 보여 준다. 총성이 멈춘 뒤에도 전쟁은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오랫동안 무너뜨린다.
만약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경제적 성취와 문화적 발전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어렵게 쌓은 성장의 탑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넘어진 사람이 다시 출발선 뒤편으로 밀려나는 것과 같다.
76년 전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했다. 국토는 폐허가 되었고 수많은 생명이 스러졌으며, 가족들은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 그 상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계 곳곳의 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일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역사이다. 우리는 여전히 총부리를 마주한 채 전쟁을 잠시 멈추고 살아가고 있다. 세계의 전쟁을 뉴스로 소비하는 동안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 역시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의 한가운데, 휴전국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평화가 완성된 나라의 국민이 아니라, 총성이 잠시 멈춘 휴전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 역사는 언제든 우리에게 다시 전쟁의 대가를 묻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