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껍데기만 남은 소리축제, 도민의 신뢰 없이 25주년은 없다
    •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 간부 연봉 48% 올리고 추경 쌈짓돈 쓴 조직위, 방만 경영의 극치
      - 뿌리 잊은 소리축제, 지역 예술인 소외시키고 '25주년 대박' 꿈꾸나


      세계적인 소리 예술을 아우르며 전북특별자치도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아 온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한 세 세대를 완성하는 뜻깊은 해이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아름다운 우리 소리가 아닌 조직 내부를 향한 불신의 소리다. 최근 전북도의회에서 제기된 축제 전반에 대한 '원점 재검토' 요구는, 단순히 행사를 흔들려는 정치적 공세가 아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축제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방만과 독단으로 가득 찼던 조직위를 향한 도민들의 엄중한 경고이자 질타다.

      가장 먼저 눈을 의심케 하는 것은 조직위의 안일하고 비상식적인 '돈 잔치'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에서 적발된 회계 비리는 공공 예산을 지원받는 기관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대담했다. 일반 직장인들은 상상도 하기 힘든 '특정 간부 기본급 48.6% 인상'이라는 특혜가 백일하에 드러났고, 도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추가경정예산을 마음대로 편성해 집행하다가 환수 명령을 받았다. 게다가 업무추진비를 미리 당겨 쓰는 '선결제' 관행까지 확인됐다. 도민의 소중한 혈세를 마치 쌈짓돈처럼 여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초법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했단 말인가.

      조직 내부의 인사·노무 시스템 역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줄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표준근로계약서조차 없었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인권 침해가 발생해도 이를 중재하고 대응할 체계가 아예 부재했다. 조직을 이끄는 집행위원장의 겸직 승인 절차마저 불투명하게 처리됐다. 내부 직원들의 기본적인 인권과 권익도 지켜주지 못하는 조직이, 어떻게 전 세계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고 감동을 주는 문화 예술 축제를 기획한다는 말인지 어불성설이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지역 예술인과 지역 업체의 소외'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전북의 깊은 소리 문화와 이를 지켜온 지역 예술인들, 그리고 도민들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축제의 주인공이어야 할 지역 예술인들은 무대 뒤편으로 밀려났고, 지역 업체들은 참여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축제가 지역 사회를 외면하는 순간, 그 축제는 정체성을 잃은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할 뿐이다.

      올해 초 조직위는 부랴부랴 8개 분야의 혁신 방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사무국 중심의 사전 검토를 강화하고 복무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성수 문화안전소방위원장의 지적처럼 "개선방안을 제출한 것과 실제 개선이 이뤄진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관 개정과 같은 핵심적인 제도 개선과 잘못 쓰인 예산의 완벽한 환수 조치 등 눈에 보이는 실질적 결과물이 없다면, 그 어떤 혁신안도 소나기를 피해 가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축제는 불과 한 달 남짓 남았다. 일각에서는 25주년이라는 상징성과 촉박한 일정을 이유로 "일단 축제부터 치르고 보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를 덮어둔 채 강행하는 축제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곪아 터진 상처를 그대로 둔 채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해서 병이 낫지는 않는다.

      조직위는 지금이라도 도의회의 질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형식적인 문서 한 장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위기를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잘못 집행된 예산은 단 일 원도 남김없이 환수하고, 투명한 노무 체계를 확립하며, 지역 예술인들을 축제의 중심부로 다시 모셔야 한다. 25주년이라는 타이틀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바로 도민의 신뢰다. 도민이 신뢰하지 않는 축제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소리축제 조직위의 뼈를 깎는 성찰과 진정성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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