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직격탄을 맞고 통폐합 기로에 섰던 전북의 작은 농촌학교들이 '전북유학'을 발판 삼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도입 4년 만에 유학생 수가 13배 이상 늘어나며 작은 학교의 존립을 떠받치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가운데,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이를 국내를 넘어 해외 청소년을 끌어들이는 '국제형 농촌유학'으로 확장하는 구상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 27명에서 354명으로… 작은 학교에 되돌아온 아이들
전북유학은 도시 학생과 가족이 일정 기간 전북의 농어촌 지역에 머물며 학교를 다니고, 지역의 자연과 문화, 특색 교육과정을 경험하는 상생형 교육 모델이다.
2022년 도내 6개 학교, 학생 27명으로 첫발을 뗀 전북유학은 올해 9월 기준 48개 학교, 354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단순한 유입을 넘어 실질적인 학교 존립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도내 초·중학교 평균 학생 수가 전년 대비 9명 감소하는 동안, 전북유학 운영학교의 평균 전교생 수는 24.5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현재 유학생은 운영학교 전체 학생 수의 27.7%(학교당 평균 7.1명)를 차지하며 교실의 활기를 견인하고 있다.
기존 재학생의 48.0%가 농촌유학 이후 가장 큰 변화로 '함께 놀 친구가 많아졌다'는 점을 꼽았고, 유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91.8%, 유학 기간 연장을 희망한다는 응답도 78.9%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 마을 전체가 교과서… 학교마다 색다른 생태·인성 교육
전북유학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정형화된 교실을 벗어나 마을과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특색 교육과정에 있다.
남원 산내초의 경우 콩을 심어 장을 담그고 배추를 길러 김장을 하는 등 절기의 흐름에 맞춘 세시절기 생태·인성교육을 진행한다.
익산 웅포초는 지역 역사·문화 탐방과 방과후 골프, 계절별 수확 체험을 결합했다.
김제 성덕초는 말과 교감하는 승마와 환경을 지키는 자전거 플로깅,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운영한다.
무주 무풍초는 숲 탐색과 함께 스키·바이애슬론 도전을 통해 계절을 체득하며, 임실 지사초의 양궁, 순창 적성초의 1인 1악기 및 오케스트라 활동 등 학교마다 고유한 교육과정을 구축했다.
획일화된 입시 경쟁에 지친 도시 학부모와 학생들이 전북의 농촌을 선택하는 핵심 배경이다.
△ 태평양 건너 교실서 본 가능성… '전북에서 만나는 11일'
전북교육청은 이 같은 국내 농촌유학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천호성 교육감은 취임 후 첫 해외출장으로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5일까지 미국 시애틀과 시카고를 방문해 국제교육 교류의 물꼬를 텄다.
특히 워싱턴주 페더럴웨이의 올림픽뷰 K-8 공립학교를 찾아 전북유학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 학교는 정규 수업의 약 90%를 한국어로 진행하는 이중언어 교육 공립학교다.
현장에서 논의된 핵심 사업은 해외 청소년 대상 단기 체험캠프 가칭 'A.C.T in Jeonbuk(전북에서 만나는 11일)'이다.
미국 학생들이 전북의 작은 학교에서 도내 학생들과 정규 수업을 함께 듣고, 오후에는 지역 역사·문화·산업 현장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으로 오는 2027년 운영을 목표로 한다.
페더럴웨이 교육구 역시 교육구 이사회 승인을 거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아울러 시애틀한국교육원과의 업무협약, 워싱턴대학교와의 학생 해외연수 실무협의체 구성, 보잉 에버렛 공장과의 이공계 글로벌 브릿지 캠프 논의 등 다각적인 국제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 '일회성 방문' 경계… 체류 환경·국비 확보 등 실행 체계 선결 과제
장밋빛 구상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단순 업무협약이나 기관 간 일회성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모델로 안착하려면 정교한 실행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 청소년과 가족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머물 수 있는 체류형 주거시설 확보와 정주 여건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9월 말 거주시설 확보와 국고 공모사업을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했으며, 민·관·학이 참여하는 '전북유학 추진단 TF'를 가동해 운영 기준 개선에 나섰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해외 청소년 유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 지자체와의 유기적 예산 분담, 교육과정 편제의 유연성 확보, 비자 및 체류 지원 행정망이 조속히 완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성민 기자